[지윤정의 성공파도] (110)가족대하기-­자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안 돼” “아예 호적을 파가라” 등 부모가 극단적인 표현을 한다. 자녀를 분신처럼 여기고 지극히 헌신해 온 부모로서는 마땅한 주장일지 모르나 요즘 세대에게는 설득력이 없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의식이 점점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누구의 소유가 아니라는 의식은 가족 간에서도 상식이 됐다. 이제 아들은 며느리의 남편될 사람이고 딸은 사위의 아내될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 속편하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고, 머리에 이고 가도 안 힘들 것 같은 자녀에 대한 사랑도 이제 좀 거리를 두고 살펴보자.

 요즘 기성세대를 말초세대라고 한다. 최후로 부모를 모신 세대고 최초로 자녀 없이 노년을 보내는 세대라는 것이다. 특별한 때가 아니고서는 분가와 독립은 상식이 됐다. 효도의 내용과 방법이 달라졌다. 효도의 질량과 길이도 예전 같지 않다.

 못 받을 바에야 주지 말자거나 준 것만큼은 받자는 타산적인 셈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예전처럼 맹목적인 자녀 키우기에 온몸을 불살라 버리면 그것이 곧 힘만 되는 것이 아니라 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자녀의 점수가 부모의 인격인 것처럼 매달리고 자녀의 성공을 부모의 성공으로 환원하는 일은 허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행기 승무원이 안내하는 비상상황 대처법을 보면 어른부터 산소 마스크를 착용한다. 아이나 노약자부터 돌보는 것이 우선일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힘이 있는 성인이 먼저 건강해야 약자를 제대로 돌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부모 스스로 먼저 잘 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자녀를 분신으로 여기고 소유하려 하기보다 한 발짝 떨어져서 객체로 대해보자. 그것이 부모의 자유뿐만 아니라 자녀의 건설적인 독립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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