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댐 탑재 PC 일부업체 이미 공급

중국 정부가 국제적인 반발과 비난을 불러온 인터넷 필터링 소프트웨어(SW) ‘그린댐’의 설치 의무화 조치를 연기한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부 PC제조업체들이 해당SW를 탑재한 제품을 선적하기 시작했다.

 5일 AP는 세계 3위 PC업체인 대만 에이서를 비롯해 일본 소니, 중국 하이얼 등이 필터링 SW를 탑재한 PC의 공급에 나섰고 레노버·아수스 등도 곧 SW를 탑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PC업계의 이 같은 행보는 중국 정부가 의무화 조치의 완전 철회가 아닌 연기 입장을 밝힌만큼 향후 다시 시장 관철에 나설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중국이 전세계 PC의 80%가 생산되는 제조기지이자 두번째로 큰 PC 시장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중국 정부가 향후 특정 시점에 이 조치를 다시 강제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도 전해졌다.

 하지만 HP·델 등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 PC업체들은 아직까지 SW 탑재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보도에 따르면 에이서·소니·하이얼 등은 중국에서 판매되는 PC에 그린댐SW 디스크를 함께 넣어 제공하기 시작했다. PC시장 4위인 중국 레노버도 곧 그린댐을 PC와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대만 아수스도 SW 공급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에이서의 멩 레이 대변인은 “이미 중국정부의 연기발표 이전에 SW 디스크를 담아 제품 포장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공급 배경을 밝혔다.

 소니도 해당 SW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책임이 없다는 내용의 안내문과 함께 선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소니의 시니치 토베 대변인은 “앞으로 상황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정해진 방침이 없다”며 언제까지 SW 탑재를 지속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반면 시장 1위인 HP는 정보 확보를 위해 미국 정부와 협력 중이라며 더이상 언급하지 않았고, 2위인 델은 PC에 그린댐을 넣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내 PC 판매량은 약 4000만대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에 해당한다. 지난 1분기 중국내 PC 점유율은 레노버가 26.7%로 가장 높고 HP(13.7%)와 델(8.1%)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정부는 음란물 등 불법적인 콘텐츠의 자국내 유통과 청소년 보호를 위해 PC제조사들을 대상으로 ‘그린댐’ 탑재를 의무화하고 이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해외는 물론이고 자국 내에서도 정치 통제·검열을 위한 수단이자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는 비판이 잇따르는 가운데 시행 하루전 연기 입장을 밝혔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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