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케이블TV `저작권 다툼` 법무법인 대리전 양상

　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TV 간 저작권 분쟁이 법무법인 간 법리 전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지난 2주 간 내용증명 발송 등 고소 이전 단계까지 모두 소화한 양 진영은 조만간 법무법인을 선임, 본격적인 법률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소송은 외형상 개별업체 간에 벌어지지만 내용이 사실상 같은 만큼 법무법인에서 공동 대응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KBS·MBC·SBS 등 3개 지상파방송사 정책담당자들은 모임을 갖고 케이블TV와의 저작권 협상이 더이상 의미 없어 보인다며 소송에 들어가기로 잠정 합의했다.

　지상파 진영은 지난 5월부터 5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 공식 모임도 갖고 최근 개별 협상까지 벌였지만 케이블TV사업자들이 ‘지상파 콘텐츠=무료’라는 원칙론만 되풀이하고 있어 법적 해결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상파방송사 실무자들은 법무법인 선임은 공동으로 한다는 데만 합의하고 2∼3개 회사를 놓고 고심 중이다. 한 지상파방송사 관계자는 “유료를 인정한다면 타협을 보겠지만 계속 무료라고 주장하면 추가협상이 의미가 없다”며 “이번주 중 법무법인 선임과 소송 종류(민·형사)와 대상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지상파의 움직임에 MSO도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티브로드·씨앤앰 등 소송과 관련된 5대 MSO 정책 임원은 최근 2주 사이 서너번의 모임을 잇달아 갖고 향후 대응 절차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지상파방송사에 보낸 답변서도 이 모임에서 조율된 것. 답변서에서 MSO는 ‘케이블TV의 지상파 전송은 단순한 재전송에 불과해 과금 대상이 아니다’라고 적시했다.

　MSO들은 지상파쪽 움직임을 봐야겠지만 적어도 이달 초까지는 법무법인을 세울 예정이다. 일각에선 법무법인 광장 등의 이름이 흘러나오지만 아직 결정되진 않았다.

　한 MSO 임원은 “지상파쪽에서도 함께 하는 모양새를 보인 만큼 케이블TV사업자들도 공동 대응할 것”이라며 “합의에 이르면 좋지만 최악의 경우 민·형사 소송에 맞대응할 것이고 우리에게 유리한 해외 판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