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벤처 1000억클럽(매출 1000억 이상)’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지난해 불황 여파로 순이익이 급감한 가운데도 연구개발(R&D) 투자를 20% 가량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 경쟁력 핵심이 R&D라는 것이 다시 입증된 셈이다. 하지만 매출 5000억원 이상의 리딩 벤처들은 전년대비 R&D투자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어 차기 성장동력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기업협회 부설 벤처기업연구원이 비교 가능한 108개 1000억클럽 기업들의 최근 3개년 R&D투자 현황을 파악한 결과, 지난해 이들 기업의 R&D투자 규모는 63억9300만원으로 전년도인 2007년 54억1700만원에 비해 18.02% 크게 늘어났다. 이들 기업들은 2007년도에도 전년대비 14.77% 투자를 확대했으며, 2개년 R&D투자증가율은 35.44%에 이른다.
주목되는 것은 지난해 순이익이 급감하는 가운데 R&D투자를 대폭 늘렸다는 점이다. 벤처 1000억클럽 202개사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25.5%에 이르렀으나 순이익은 2007년 1조5267억원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4678억원으로 130.6%나 줄었다.
지난해 매출 규모별 R&D투자 증가율을 보면 1000억∼3000억원인 기업들은 19.52% 늘어났으며, 3000억∼5000억원 이상인 벤처들도 28.9% 크게 확대됐다. 그러나 매출 5000억원 이상인 5개 벤처기업의 R&D 증가율은 2007년에 비해 0.47% 감소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전년도인 2007년에도 R&D증가율이 5.64%에 그치는 등 증가율이 극히 미진하다.
이는 R&D투자율(매출액 대비 R&D투자)에서 명확히 나타나 1000억∼3000억원 벤처기업들은 평균 3.6%인데 반해 5000억원 이상인 벤처기업은 1.7%로 급락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조사한 2007년 기준 제조업체 R&D투자율이 3.11%(대기업 3.07%, 중소기업 2.38%)라는 것을 감안할 때 리딩 벤처기업의 R&D투자율은 매우 낮은 것이다.
이같은 추이를 볼 때 리딩벤처기업이 R&D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대책이 요구된다. 일례로 현재 정부가 연내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통해 추진중인 ‘중견벤처기업 지원제도’에 성공 벤처가 R&D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서승모 벤처기업협회장은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정부 지원도 끊기고 정책과제에서 배제되면서 투자에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 중견벤처가 투자에 계속 나갈 수 있는 정책적 관심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기업도 마케팅에 자신이 붙으면서 R&D보다는 영업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분명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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