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여성 CEO 7인이 뭉쳤다.
여성벤처협회 소속 IT·제조유통·지식분과 경영진들은 모임을 자주 갖는다. 보통의 남성 CEO들은 술자리나 골프회동을 자주 갖지만 여성 CEO들은 가볍게 차 한 잔 마시며 사업도 논의하고 각자의 고민과 성공사례도 나눈다. 지난 17일 G밸리에서 이뤄진 티 미팅에 본지 기자가 동석해 여성 CEO들의 진지한 사업 고민과 가벼운 수다를 들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여성 CEO의 진출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여성 CEO가 많은 웹에이전시(신은정 애즐커뮤니케이션 대표)나 광고·홍보 기획제작(오민경 인터오리진 대표)부터 법무영역으로 특화한 전사자원관리(ERP)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CEO(윤혜진 앤쌤 대표)도 함께 자리했다. 건다감플러스(김성희 대표)는 소프트웨어·시스템 구축을 담당하는 기업이다. 골드트룹스(조영숙 대표)는 금융권 소프트웨어 컨설팅·시스템 구축 전문업체. 보험넷서비스(최유미 대표)는 온라인 보험판매와 룰 기반의 다양한 보험상품 관리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다.
김미경 이오에스 대표는 인쇄회로기판(PCB) 설계·제작·조립업체 CEO다. 남성들도 견디기 힘들어하는 터프한 분야다. 인천에는 PCB 공장도 별도로 갖고 있다. 김 대표는 “남성이나 여성이나 사업을 하는 데 큰 차이는 없다”며 “전산과를 나왔고 PCB 설계가 앞으로 꾸준히 사업할 수 있는 분야라는 교수님의 조언을 듣고 1997년 창업해 영역을 넓혀 왔다”고 말했다.
◇협업 모델을 만들자=단순 친목도모에 그치지 않는다. 이날 모임에서 김성희 건다감플러스 대표(여성벤처협회 IT분과장)는 조영숙 골드트룹스 대표에게 “내 고객사 가운데 금융 솔루션을 원하는 회사가 있으니 협력할 건이 많겠다”며 “자주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긴급 제안하기도 했다.
인터오리진과 애즐커뮤니케이션은 이미 온·오프라인 홍보 분야에서 협업 모델을 만들어 왔다고 밝혔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기반의 에이전시가 힘을 합쳐 공동 제안도 할 수 있고 패키지형 상품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윤혜진 앤쌤 대표도 “협회 회원사인 내일커뮤니케이션과 신규 협력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조영숙 골드트룹스 대표는“여성들의 네트워크가 남자만 못하다고 이야기하는 데 상대적으로 과장이 없고 더 신뢰가 가는 파트너가 많다”며 “모임에도 자주 나오고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해야 더 많은 기회가 온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사노동 ‘아웃소싱’=여성 CEO의 강점에 대해 최유미 대표는 “희소성이 있다보니 남들이 잘 기억한다”며 “회사 안팎의 사람과 접촉할 때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깊이에서 분명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 사회가 남성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것은 여성 CEO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정작 여성 CEO들은 그렇지 않은데 상대방이 불필요한 고정관념을 갖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상투적 질문이지만 여성 CEO들은 가사나 육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물어봤다. 대답은 간단했다. 다들 한목소리로 ‘아웃소싱 해야죠’라며 웃었다. 대한민국 여성 CEO들 역시 남성 기업인 이상으로 바쁘고 비즈니스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한마디였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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