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씨티은행도 이르면 내년 2분기부터 국내 은행들처럼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프로젝트는 단계적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옛 씨티은행서울지점의 최고정보책임자(CIO)를 거쳐 지난 2006년부터 한국씨티은행 CIO를 맡고 있는 써지오 아라네다 전산본부장은 한국씨티은행이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차세대시스템 추진 의사를 공식화했다.
지난 2004년 미국 씨티그룹이 옛 한미은행을 인수해 새로 출범한 한국씨티은행은 당시 출범과 함께 소비자금융시스템은 기존 한미은행 시스템으로, 기업금융시스템과 카드시스템은 싱가포르에 있는 옛 씨티은행서울지점 시스템으로 통합했다. 당시 한국씨티은행은 시스템 고도화 없이, 시스템 통합에만 초점을 맞춰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서울지점의 IT통합 작업을 진행했다. 오는 2012년이면 한국씨티은행은 통합시스템을 가동한지 8년째에 접어들게 된다. 따라서 치열해지는 금융환경 하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라네다 본부장은 “현재 정보시스템 전 부분에 대해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요건 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이를 통해 제일 먼저 재구축해야 할 업무시스템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한국씨티은행의 전체 거래 중 65%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자 및 기업인터넷뱅킹시스템부터 재구축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순차적으로 나머지 시스템을 재구축 하게 된다. 이처럼 단계적 방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면, 차세대 프로젝트는 총 2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한국씨티은행측은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메인프레임 기반으로 구축된 소비자금융시스템은 다운사이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시스템은 메인프레임으로, 기업금융시스템과 카드시스템은 유닉스로 구축돼 있다.
아라네다 본부장은 “기존 메인프레임 기반으로 구축된 소비자금융시스템을 유닉스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다”며 “그러나 메인프레임이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라네다 본부장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리눅스를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국씨티은행이 전 시스템에 대해 재구축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실제 국내 IT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로 보유 중인 소비자금융시스템은 국내 IT업체를 대상으로 발주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글로벌 표준 정책에 따라 구축돼 있는 기업금융시스템과 카드시스템은 글로벌 업체를 대상으로 프로젝트가 발주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아라네다 본부장은 “소비자금융시스템 재구축 프로젝트는 국내 IT서비스업체를 대상으로 발주가 이뤄질 것이며, 기업금융시스템과 카드시스템 재구축 프로젝트도 글로벌 업체에게 발주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실제 프로젝트는 한국 지사가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씨티은행은 서버 가상화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70여대의 IBM 서버를 6대로 줄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작업은 이달 중 완료될 예정이다. 또 100대의 썬 서버를 11대로, 70여대의 HP서버를 6대로 줄이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썬 서버와 HP서버에 대한 가상화 작업은 각각 9월과 11월에 완료될 방침이다. 스토리지에 대해서도 가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향후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한국에 있는 고객정보시스템을 미국이나 그외 국가에 둘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은행권에서는 한·미FTA 시행 이후 한국씨티은행이 고객정보시스템을 해외로 옮길 것인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아라네다 본부장은 고객정보시스템을 옮기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리스크 관리 영역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시스템도 해외 아웃소싱을 시행할 계획은 없습니다. 단 리스크관리시스템은 한 곳에서 통합해 관리할 필요성이 높기 때문에 싱가포르 아태지역 본사에 시스템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의 금융감독원에서 승인이 이뤄진 사안입니다.” 리스크관리시스템을 제외한 나머지 시스템은 인천센터와 현대정보기술 마북리센터에 나눠져 하이브리드 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천센터는 소비자금융시스템의 주센터로, 기업금융 및 카드시스템의 백업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또 마북리센터는 기업금융 및 카드시스템의 주센터로, 소비자금융시스템의 백업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이밖에 한국씨티은행은 현지 정책에 맞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대응 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오는 2010년 9월 완료될 예정이다. 반면 미국 씨티은행 본사는 한국보다 IFRS 적용이 늦기 때문에 오는 2011년이나 2012년에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자금세탁방지(AML) 대응 시스템도 한국 규제준수 사항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한국씨티은행은 지주사 전환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계열사 비중이 크지 않아 IT적인 변화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써지오 아라네다 한국씨티은행 전산본부장은>
칠레 출생으로 20년 동안 은행의 IT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고,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이후 산티에고은행, 칠레 씨티은행을 거쳐 지난 1988년 옛 씨티은행서울지점 CIO로 부임했다. 1994년부터 싱가포르, 두바이, 마드리드, 칠레 등의 씨티은행에서 CIO를 역임한 뒤 2006년 한국씨티은행의 CIO를 재직중이다.
신혜권기자 성현희기자 hk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