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주요 도시의 번화가에는 다국적 기업들의 간판이 현란하게 내걸렸다. 현지 마케팅을 위한 광고도 있지만 직접 현지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간판도 적지 않다.
2000년대 초 선진국 기업들이 값싼 인건비의 매력에 이끌려 인도에 백오피스를 우후죽순 개설했으나 불황의 여파로 이같은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9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들 사무실과 전문인력을 흡수하려는 인도 아웃소싱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저렴한 인건비 옛말=외신은 최소 500개 이상의 해외 기업이 인도에 현지 사무소나 서비스 센터를 개설, 운영중이라고 전했다. 컨설팅 기업인 에베레스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4개 업체가 추가로 인도에 현지 센터를 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대세는 바뀌었다. 유명 기업들이 인도 현지 시설 및 인력을 속속 매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포레스터리서치에 따르면 해외 현지의 타 기업에 아웃소싱을 맡기는 것에 비해 최근 현지 자체 사무실을 운영하는 비용이 25%나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티그룹과 프랑스 보험업체 악사, 영국 보험업체 아비바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인도의 컴퓨터 프로그래밍 매장과 사무실 등을 매각했다. 델타에어라인과 UAL항공도 지난 몇 달 동안 인도 센터를 폐쇄했다. 브로드소프트도 글로벌로직에 현지 사무소 매각을 협상 중이다.
◇매입·매각자 모두 윈·윈=피터 벤더 사무엘 에베레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인도 현지에서)센터를 매입하는 기업들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매각하는 기업들은 현금을 충당하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 현지 사무실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대부분 인도에서 사업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는 아웃소싱 업체들이다.
시티그룹은 지난해 10월 정보기술(IT) 업무를 담당하는 현지 사무실을 인도의 대표적 아웃소싱 기업인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에 5억500만달러에 팔았다.
두 달 전 시티그룹은 비즈니스프로세스 아웃소싱 사무실도 역시 인도 기업인 위프로에 1억2700만달러에 매각했다. TCS와 위프로는 각각 25억달러와 5억달러 규모의 서비스 아웃소싱 계약도 승계받았다. 시티그룹 대변인은 “현지 사무실의 매각으로 좀더 핵심 사업 영역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악사(AXA)로부터 600명의 인력을 인수한 아웃소싱 기업 캐피타그룹은 악사가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상품 관련 인력을 흡수, 매각에 따른 양측의 이익을 극대화했다.
◇중소 아웃소싱 업체, 성장 발판=특히 아웃소싱 업체들은 해외 다국적 기업들이 포기하는 현지 센터의 설비와 인력을 성장의 발판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아웃소싱 기업인 심포니서비스는 바이오 업체인 바이오이매진에 컴퓨터 설비 가격에 해당하는 아주 저렴한 비용만 지불하고 현지 사무실의 연구 개발 인력과 설비를 사들였다.
심포니는 지난 6개월간 대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총 6개의 해외 기업 현지 사무실을 매입했다.
브로드소프트로부터 현지 센터를 매입하려는 글로벌로직의 피터 해리슨 CEO는 “현지 설비를 인수함으로써 경험을 갖춘 인력과 고객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인도 현지 운영 사무실 매각 기업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