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모바일 오피스 혁명

 무선 네트워크의 진화와 모바일 단말기 보급 확산으로 모바일 오피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업무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사내외에서 웬만한 업무 처리가 가능하도록 하려는 시도가 늘어나면서 모바일 오피스 구축 프로젝트도 점차 활기를 띨 전망이다.

 지금까지 모바일 오피스는 무선 네트워크 인프라 자체에 초점을 맞춰 추진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이메일, 그룹웨어 등에 한정돼 있었다. 외부에서 사내 업무를 똑같이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보안 문제를 비롯한 지원 단말기의 부재, 음성 통화의 품질 문제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최근 삼성증권이 이런 과제를 개선하고 보다 진보된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구축해 주목받고 있다. 삼성증권은 국내 최초로 전사에 걸쳐 유무선통합(FMC) 서비스를 적용하고, 외부 영업직원들의 업무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현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6월 1일 1000여명의 영업사원(PB)들에게 다양한 모바일 오피스 서비스가 탑재된 스마트폰(SPH-M4800)을 지급했다. 이 스마트폰은 두 개의 전화기능을 하나의 단말기에서 지원한다. 일반적인 휴대전화이면서 동시에 사내 내선 전화로도 이용할 수 있다. 또 이메일·메신저 작업은 기본이고, 홈트레이딩시스템(HTS)·각종 오피스 파일 작업 등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등 진정한 의미의 ‘움직이는 사무실’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증권의 모바일 오피스 프로젝트는 최근 유사한 프로젝트를 고민하는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create with you.’ 삼성증권이 최근 대대적인 경영혁신 운동을 벌이면서 내세우고 있는 브랜드 슬로건이다. 고객과 함께 새로운 가치와 금융문화를 창조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특히 삼성증권은 이번 기회에 경쟁사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삼성증권이 구현한 모바일 오피스 환경은 이런 변화의지에 걸맞게 업무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잘 드러나는 프로젝트다.

 삼성증권이 최근 완료한 모바일 오피스 구축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생각했던 모바일 오피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단순하게 무선랜과 노트북, 무선 모뎀 등으로 구성된 무선 네트워크 환경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삼성증권은 국내 처음으로 FMC 서비스를 전사적으로 적용했다. 스마트폰과 외부영업 지원용 타블렛 노트북으로 사내는 물론 외부에서도 자유로운 전화통화와 내부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은 회사 내부에서는 무선랜 기반의 VoIP(Voice Over IP) 내선 전화기로, 외근이나 퇴근 후에는 개인 휴대폰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스마트폰에는 VoIP기반의 사내 전화와 일반 휴대전화의 두 가지 기능이 제공되는 듀얼폰(Dual-Phone) 기능이 탑재돼있기 때문에 ‘개인전화로 거시겠습니까’, ‘회사전화로 거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뜬다.

 이를 위해 삼성증권은 완전(All)-IP 기반의 통합 음성 통신망을 구축했으며, 무선랜 기반의 무선침입방지시스템(WIPS)과 WPA2 등의 강력한 무선 보안 체계의 전사 무선랜 환경도 동시에 갖췄다. 또한 삼성증권 내부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UC를 선 구축함으로써 직원의 활용도를 높였다.

 삼성증권은 FMC 서비스와 함께 애플리케이션 가상화 기술을 활용해 업무 시스템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구축한 애니 오피스 시스템을 통해 PB들이 언제 어디서나 사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증권 정상교 담당(CIO)은 “사내에서 전화번호나 IP주소의 변경 없이 자리 이동을 할 수 있고, 사외에서도 전화, 메신저, 사내 업무를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면서 “FMC, 통합커뮤니케이션(UC), 가상화, 씬 클라이언트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밖에서도 업무 연속성 보장=삼성증권이 모바일 오피스를 구축하게 된 배경에는 2007년 당시 고객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화응대 비율이 낮고 연결 자체가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경영진들은 이러한 불만을 없애기 위한 방안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전화를 받을 수 있고 외부에서도 업무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모바일 오피스를 주목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2007년 차세대 시스템을 오픈하고 난 뒤 곧바로 모바일 오피스 구축에 나섰다. 2008년 2월 개발 작업에 착수해 그해 10월 일부 부서에 한해 내부적인 시범 운영을 거쳐 지난 6월초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증권 박진범 차장은 “실시간으로 고객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하고자 모바일 오피스 환경 구현에 나서게 됐다”며 “또한 PB들이 아웃도어세일즈(ODS)를 하는 시간에도 업무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끔 지원해 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즉, 사외에서도 사내와 동일하게 업무 수행이 가능한 툴(도구)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에 삼성증권은 PB에게 타블렛 노트북과 스마트폰 두 가지를 지급했다. 이것을 매개체로 활용해 업무의 연속성을 보장한 것이다.

 삼성증권의 이번 모바일 오피스 환경 구축은 한 차례의 프로젝트로 완성된 것이 아니다. 이에 앞서 기존의 음성 통신망을 IP기반으로 통합하는 작업들이 선행됐다. IP 텔레포니를 비롯해 IP컨택센터(IPCC)를 구축해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위한 기반을 다졌던 것이다. IPCC의 경우 2007년 9월 신시스템을 오픈하면서 함께 구동됐다. 삼성증권은 이번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구현하면서 메신저 기반의 UC도 함께 도입했다. 메신저를 통해 직원의 통화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콜 프레즌스 기능과 메신저에서 직접 전화를 할 수 있는 클릭투다이얼(Click-to-Dial) 기능을 개발해 적용했다. 이런 단계적인 추진 전략들이 바로 차별화된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구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10여곳 전문업체 합작품=삼성증권이 이번에 구축한 모바일 오피스 시스템 이름은 ‘애니오피스’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모바일 오피스를 구현한다는 뜻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어떠한 환경에서도 업무 수행이 가능한 오피스 환경을 구현한다는 뜻이다. 애니오피스에는 사내에서 사용하는 사용자 PC환경의 업무 시스템들이 그대로 구축돼 있다. 회사 밖을 나가서 인터넷만 연결된 곳이라면 어디서라도 일회용 비밀번호(OTP) 인증을 통해 애니오피스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다. 실제 회사 내부에서 작업하던 업무 환경과 똑같이 구현된다. 이는 애플리케이션 가상화 기술을 적용해 구현한 것이다.

 이를 활용해 PB가 고객을 방문해 상담 혹은 프리젠테이션 등을 할 때 애니오피스를 이용해 고객에게 실시간 정보를 기초로 다양한 고객 상담이 가능해 차별화된 영업을 할 수 있다. 즉, 고객의 입장에서는 ‘나만을 위한 가상 지점’ 서비스가 제공되는 셈이다. 실제 증권업 특성상 일부 메뉴가 제한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고객 응대에 대한 대부분의 업무 수행이 사외에서도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보안적인 부분은 씬 클라이언트(Thin Client) 기술을 통해 정보유출은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삼성증권의 이번 프로젝트는 삼성네트웍스가 맡았다. 여기에 KTF, 신세계I&C, 인티큐브, 모토로라. 어바이어, 넷큐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업체 10여군데가 함께 참여했다. 참여 인원만 200여명에 달할 만큼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특히 KTF의 경우 스마트폰에서 VoIP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각종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품질안정화를 위해 6개월 이상을 삼성증권 직원의 편의성 확보를 위한 서비스 개발에 집중했다. 또 스마트폰의 안정화를 위해 삼성전자와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FMC 적용에 따른 문제점을 최소화했다.

 삼성증권 장재호 차장은 “사실상 FMC에 대한 사례가 없어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데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며, 직원들이 스마트폰 단말기의 생소함과 무선랜 기반의 VoIP 구현했을 때 음성 통화 품질과 밧데리 소모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여기에 증권사의 특성상 사내 전화에 대한 통화 내용을 녹취, 응대 등에 있어 다양한 이슈들을 해결하는데도 경험이 많은 업체들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그 동안의 고충을 토로했다.

 ◇신기술 적용에 따른 시행착오=삼성증권은 지난 6월 1일 1000여명에 달하는 전 PB들에게 스마트폰을 우선 지급했다. 외형은 일반 스마트폰과 다를 바 없지만, 기능은 확연히 다르다. 모바일 그룹웨어, 모바일 메신저 등의 업무 시스템을 여기에 탑재해 회사 밖에서도 사무실과 똑같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신기술들이 적용되면서 삼성증권의 모바일 오피스 프로젝트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무엇보다 FMC 개발 작업의 경우, 누구도 전사적으로 적용한 사례가 없다 보니 기술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녹취나 위치추적과 같이 사생활 침해 요소 또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이외에도 무선랜, 단말기, VoIP 소프트웨어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한 지속적인 테스트 작업도 계속 진행됐고, 부가기능 개발에 대한 과제도 주어졌다.

 정상교 담당은 “FMC의 경우는 무선 인프라 관련 업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며 “또 임직원들이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개발과 변화관리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증권은 애플리케이션 가상화 기술을 적용하면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기존 애플리케이션들이 표준 프레임워크에 맞춰 운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상화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애플리케이션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진땀을 뺐다.

 증권사 업무 특성상 보안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문제였다. 삼성증권은 보안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정상교 담당은 “VPN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보안이 필요했다”면서 “씬 클라이언트, 암호화, SSL 게이트웨이, 자체 노트북 보안 등 다중 보안체계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확산, 고도화 작업 추진=삼성증권의 모바일 오피스 시스템은 짧은 운영기간 탓에 아직 그 효과를 정확하게 산출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예상되는 효과를 따져보면, 사용자 2000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임직원들 휴대폰 요금 연 6000만원(13.5%), 기업 유선전화 요금 2억6000만원(17%) 가량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순한 통화료 절감 등의 정량적 효과 외에도, 실시간 고객 응대에 따른 고객만족도 향상과 모바일 시스템을 통해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성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게다가 외부에서도 동일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만큼 업무 효율성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삼성증권은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고도화시켜 자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고하게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연내에 스마트폰을 본사와 해외 법인까지 확대 적용하고, 데스크톱 PC를 노트북으로 대체하는 등 모바일 사무환경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또 삼성증권은 현재 사용중인 가상화 기술을 다른 분야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지금은 애플리케이션 가상화에만 적용했지만 향후 데스크탑, 서버, 모바일 영역에도 가상화 기술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증권은 모바일 트레이딩 부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용자의 단말기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단말기에서 동일한 기능을 이용(One Source to All Device)’할 수 있도록 시스템 인프라를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 중에 있다. 이 또한 업계 최초로 시도하는 작업으로 디바이스에 독립적으로 구현함으로써 고객의 편의성과 운영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성현희 CIO BIZ 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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