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NC, 예술경영으로 불황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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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룸 장비에 최초로 디자인 개념을 도입한 HNC의 에어샤워와 패스박스

예술경영으로 불황을 극복하는 한 중소기업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클린룸 설비시공업체 HNC(대표 임재영)는 반도체, LCD업계의 극심한 투자부진에도 회사 활동 전반에 예술경영을 접목시켜 올해 매출이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낙관했다. 임재영 HNC 사장은 2007년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연구소를 갤러리로 개조했다. 연구동 전체에 200여점의 회화, 조각, 설치미술을 전시해 미술전시관과 사무공간이 혼재되어 있다.

회사 내부에선 쓸데 없는 겉치례에 돈을 쓴다는 비판도 나왔다. 임사장은 예술적 감수성이 21세기 기업문화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핵심도구라면서 직원들이 각종 문화활동에 적극 참여토록 했다. 독특한 예술경영은 불과 2년만에 평범한 제조업체였던 HNC의 사업구조와 조직문화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정상의 디자인 경쟁력=대부분의 클린룸 장비는 기능성만 강조해서 20년 전과 비교해 외형은 하나도 바뀐 것이 없다. 평소 예술작품을 보면서 감성훈련이 된 직원들은 밋밋한 클린룸 장비를 아름답게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 결과 HNC는 올들어 새로운 클린룸 무진기기 ‘VUUM’을 선보였다. 디자인 개념을 도입한 국내 최초의 클린룸 장비이다. 이 과정에서 클린룸장비의 외형뿐 아니라 기능도 현저히 개선됐다. 회사측은 헤파필터 박스를 기존 철판이 아닌 압축스티로폼으로 제작해서 무게와 원가를 3분의 1로 줄였다. 회사측은 예술경영이 제품개발과정에서 발상의 전환을 가져왔다고 밝힌다.

◇사업다각화 원동력=예술경영은 성장이 정체된 클린룸 시장을 넘어 사업영역을 확장하는데 큰 힘이 됐다. HNC는 지난 연말 괌에 소재한 신축 쇼핑몰의 인테리어공사를 775만달러에 수주했다. 미국 유통회사가 한국의 조그만 클린룸 장비회사에 쇼핑몰 인테리어를 맡긴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측 대표가 우연히 HNC의 파주 연구소(갤러리)를 둘러보고는 회사전반의 디자인 감각을 신뢰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HNC는 예술적 감수성을 최대로 살려 자체 공조기술로 영화관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회사측은 인천시 계양구에 들어설 최신 4D영화관의 첨단 공조시스템까지 설계하고 있다. 하반기에 완공될 4D영화관은 생생한 현장감을 위해서 관객들에게 꽃 향기와 화산, 바다냄새까지 뿌려준다. HNC는 공조기술을 영화산업과 접목시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퍼진 냄새를 재빨리 환기시키는 첨단 공조장비를 납품할 예정이다. 임재영 사장은 자신의 예술경영에 대해서 “눈 앞의 수익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한 발 물러서 멋진 예술작품을 감상하듯이 시장을 내다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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