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소재로 한 영화 ‘사이드 웨이’에서 주인공은 피노누아에 심취한 인물이다.
그의 친구가 메를로가 마시기 편하다고 하자 화를 내며 메를로에 대한 폄하 발언을 심하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이 영화는 피노누아를 띄우는 의도가 강했지만 메를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서운한 감정이 생길 만하기도 했다.
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페트루스와 이탈리아의 마세토를 떠올리며 빙그레 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틀림없이 주인공은 이 두 와인을 마셔보지 못했기 때문에 메를로를 보는 잘못된 인식이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메를로 와인의 최고봉은 단연 페트루스다. 모든 와인 마니아가 마셔 보고 싶어하는 보르도 최고의 예술적인 와인이다. 몇 년 전 페트루스의 오너인 장 피에르 무엑스가 방한해 페트루스 시음 만찬을 열었는데 여기에 참가한 적이 있다.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페트루스를 세계적인 와인으로 탄생시킨 주인공이 마담 루바와 무엑스다. 페트루스는 지롱드강 우안의 보르도에서 가장 작은 지역인 포므롤에서 양조된다. 이 지역 토양은 진흙과 자갈이 많고 땅속에 철분이 많이 포함돼 메를로가 재배되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페트루스는 메를로 100%를 사용하며 수령이 45∼50년 된 포도나무를 사용하고 숙성기간이 25∼35년이 돼야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풀바디의 와인이다. 이 와인은 진한 자줏빛 색상과 메를로 답지 않게 풀바디의 중후한 맛을 느끼게 되며 블랙 커런트, 카시스향이 오크향과 함께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한 맛을 느낀다. 페트루스는 1930년대만 해도 샤토 페트루스라고 라벨에 표기했지만 그 이후에는 그냥 페트루스라고만 표기해 오고 있다.
마치 페트루스는 페트루스 그 자체라는 자부심의 표현인 것처럼 느껴진다.
구덕모 와인앤프렌즈 사장 www.wineandfriend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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