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신종플루와 사이버 세상

 세계보건기구 WHO는 5월 말로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신종플루 환자가 1만5000여명을 넘어서자 신종플루 경계 수준을 최고 단계인 세계적 대유행단계 ‘pandemic’으로 격상할 것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한국 내 발견 환자도 30명이 넘으면서 급격히 증가 추세를 보여 정부도 신종플루 집중감시, 확산방지 등 본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으로 가히 세계적인 위기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신종플루는 돼지·사람·조류 등을 오가면서 전염되는 혼합종 바이러스에 의해 사망, 고통 등 신체적 해를 입히는 자연발생적인 것이다. 반면에 사이버 세상에서의 각종 바이러스는 국가·기업·개인 등을 공격해 음해나 경제적 목적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러한 특성으로 신종플루는 예측이 불가능하고 발병 시 지역·국가별로 일일이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해야 하므로 효과적인 확산 방지가 매우 어렵다. 한편 사이버 세상에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각종 바이러스의 예측이 가능하고, 통제대상이 컴퓨터와 인터넷이므로 집중적인 감시와 적절한 조치에 의해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 또 위기 발생 시에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가 있지만 사이버 위기에 대한 준비가 소홀하다면 순식간에 인터넷에서의 확산으로 신종플루보다 더 심각한 국가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미 우리 일상생활은 인터넷과 컴퓨터를 바탕으로 PC와 휴대폰을 통한 각종 IT 서비스로 시·공간을 초월한 사이버 세상과 함께 더욱 편리한 생활을 추구하고 있다. 정부도 국민생활 향상과 국가질서 유지에 관련한 금융·에너지·교통·통신·수송 등 사회기반 시설과 광범위한 전자정부 구축, 그리고 국방분야에 투자를 늘려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가경쟁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안전하지 못한 사이버세상 구축과 국가 간 대립이나 범죄 집단의 불순한 목적과 의도로 시시각각 발생하는 위협이나 위기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한순간에 엄청난 재앙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익히 경험한 바 있다.

 2003년 ‘1·25 인터넷 대란’ 때, 웜 바이러스에 감염돼 수시간 인터넷이 마비돼 수조원대의 직간접적인 사이버 재난을 입은 적이 있다. 지속적인 중국발 사이버 공격으로 국가기관 해킹, 옥션 1000만 회원정보 탈취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수년 전에는 전 세계 모든 루트DNS에 대한 해커의 공격으로 미국 인터넷이 한때 마비된 적도 있었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에스토니아와 그루지야를 상대로 국가 정보통신 기반시설을 공격해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거나 전쟁을 일으키기도 함으로써 SF영화처럼 사이버공격으로 국가 통제시설·발전소·은행·도로·교통 등 사회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사이버 공간이 정부·민간·군 등 분야별로 나뉘어 각종 바이러스나 해킹 등 사이버 공격과 위협 등에 각각 다른 정책과 시설투자와 운영·관리로 대처해 왔으므로, 만약 사이버 공간에 신종플루 같은 큰 위기나 심각한 사이버 테러가 발생한다면 분야별로 대응수준이 달라 국가적인 차원의 신속하고 종합적인 대응이 어려운 안타까운 실정이다. 다행히 정부 부분 주도로 안전한 사이버 공간 구축을 위한 각종 보안정책 수립과 사고예방 및 신속한 대응을 위한 훈련, 전체적인 대응수준 향상을 위한 통합 보안관제 확대 등 그리고 군·민간 분야와 협력강화 등 지속적인 노력으로 국내 사이버 보안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법률적 기반이 없어 범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이버위기 대응이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미·중·독·일 등 선진 강대국과 같이 조속히 ‘국가 사이버 위기관리법’을 만들고 범국가 차원으로 총력 대응해 우리 일상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는 사이버 세상에서는 신종플루 같은 심각한 재난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한다.

 이홍섭 순천향대 초빙교수·한국정보보호학회 명예회장/hslee56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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