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硏 "하반기 환율 하향 전망 유지"

원·달러 환율이 1,230원대로 진입하면서 하락세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3월 위기설’이 불거진 지난 3월 초 1,570원대까지 치솟았으나 빠르게 안정을 되찾으면서 지난달 11일에는 1,230원대에 진입했다. 이후 1,240∼1,250원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다가 이달 1일 연중 최저치(1,237.20원)로 떨어졌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는 등 변수가 있지만 당초 전망대로 올 하반기에는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1,100원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하반기 환율 전망 유지…1,100원대”=3일 예측기관들에 따르면 삼성경제연구소는 조만간 하반기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2월 원·달러 환율이 상반기에는 1,308원, 하반기에는 1,124원을 기록해 연간으로는 1,216원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상반기에 환율이 당초 전망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 수정 전망을 발표할 예정인 LG경제연구원은 애초 환율이 상반기에 1,385원에서 하반기에 1,175원으로 낮아져 연평균으로는 1,280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상반기에는 원화가 제 가치를 찾아가는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지만, 하반기에는 현재보다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석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반적으로 해소된 상황은 아닌데다 북핵 리스크가 있어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도 있지만 하반기에는 1,100원대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소의 올해 연평균 환율 전망은 1,250원대였다.

◇“외화유동성 개선이 요인”=전문가들은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보는 이유로 ▲경상수지 흑자 기조 유지 ▲외환보유액 증가 ▲은행권 외화차입 개선 ▲증시에서의 외국인 순매수 기조 유지 등으로 외화유동성 사정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점을 꼽았다.

경상수지는 올해 1월 16억4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뒤 2월부터 흑자로 반전돼 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면서 생긴 ‘불황형 흑자’이기는 하지만 1~4월 경상수지 누적 흑자는 128억6천만 달러에 달한다. 한은은 올해 연간 경상수지가 18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은행들도 올 초부터 잇따라 외화차입에 나서고 있으며 지난달 외환보유액도 사상최대폭인 142억9천만 달러가 증가, 2천267억7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북핵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를 이어가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의 배 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회복세가 빠르다”며 “하반기에 경상수지 개선 폭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자금 등이 계속 들어오면 경상수지 흑자 약화 기조를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 연구원은 “금융시장 불안이 하반기에는 더 완화될 것으로 보이며 위험회피 성향이 줄면서 국내 증시로 외국인의 투자자금이 많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환당국 개입 가능성=환율 하락에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현 연구위원은 “미국 경제가 아직 회복 기조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미국이 부실자산을 털어내는 데 진통을 겪는다면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면서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관련 리스크 역시 지금까지는 외환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못했지만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대응 방법에 따라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외환당국의 개입 역시 변수로 꼽고 있다. 환율이 지나치게 하락하면 수출기업들이 누려왔던 ‘환율 효과’가 사라지고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외환당국이 지나친 급락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현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급격한 환율 변동을 억제하기 위해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환율은 1,200원 내외에서 진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최근 환율 하락은 경기회복에 기대감과 증시 랠리 때문이지만 경기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이르고, 하반기에는 달러 약세 역시 제한될 것으로 보여 1,300∼1,350원대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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