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 전기차 산업이 눈부시게 성장함에 따라 국내 전기차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전기차 보급을 놓고 완성차 업계 눈치를 살피는 동안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이 사실상 중국에 넘어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 산업은 그동안 한국보다 한 수 아래로 취급됐다. 반면 내세울 기술이 많지 않기에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는데 훨씬 빠른 장점이 있다.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 중국의 발빠른 움직임은 후발주자의 장점을 입증한다.
세계 2위의 리튬이온 배터리업체 BYD는 중국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 연말부터 세계 최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F3DM’의 양산을 시작했다. F3DM은 100Km까지 순수 배터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사실상 전기차로 분류된다. 또 연말에는 순수 전기차 ‘E6’의 일반 판매를 시작하고 2011년에 미국시장에 수출도 시작할 계획이다.
체리자동차는 지난 2월 시속 120km로 달리는 순수 전기차 S18을 중국 정부에 시험 납품했다. 이 전기차는 안정성이 높은 자국산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했으며 곧 일반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중국정부는 친환경 자동차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2011년까지 연간 50만대의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를 양산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전기차 보급에 따른 법률적 문제도 해결해서 중국내 전기차의 도로주행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특히 중국은 전기차의 가격경쟁력에서 다른 경쟁국보다 30∼40%나 저렴하다. 이 때문에 독일 폭스바겐도 27일 BYD의 기술력을 감안해서 전기차 부문에서 제휴를 결정했다.
중국은 또, 전기 이륜차의 최대 생산국이다. 요즘 중국에서 팔리는 스쿠터 및 오토바이의 절반은 전기모터로 움직인다. 평평한 지형이 많아서 출력이 약한 전기 오토바이도 충분한 기동성을 발휘한다. 중국에서 전기 오토바이, 전기차에 장착되는 대형 배터리 제조회사는 100여개가 넘는다. 일부에선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급정책이 안전규격도 미비한 상황에서 소비자를 상대로 안전성 테스트를 하는 격이란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전폭적 지원 덕분에 중국 전기차 회사들이 생산규모와 노하우, 상용화에서 이미 한국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전기차 보급을 위해서 교통법규를 개정하고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중국 정부의 발빠른 움직임에 비하면 너무도 굼뜬 상황이다. 원춘건 한국전기차산업협회 부회장은 “한국은 전기차 부품 기술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지만 초기 전기차 상용화에서 중국기업들이 너무 앞서가 걱정스럽다”면서 “우리 정부가 전기차 보급에 분명한 의지를 밝히고 정책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