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진다니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오히려 IT가 일자리를 만듭니다.” “예전 같으면 부모가 치매에 걸렸을 때 자식들이 직장 그만두고 수발만 해야 했지요? 요즘에는 복지 도우미가 있습니다. IT전문가들이 바로 이런 고차원적인 도우미가 되는 것입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보통신정책 패널토의가 최근 서울무역전시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IT업계 관계자들이 들으면 너무나도 ‘뻔하다’고 할 만큼 당연한 소리가 오가는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
패널들의 가슴엔 IT가 일자리를 뺏는다는 일부 정책 입안자들의 발언이 못이 박혔던 모양이다. ‘IT가 일자리 줄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라며 저마다 운을 뗀 패널들은 주어진 시간을 훨씬 넘겨가며 왜 IT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지를 역설했다.
12시 반에 끝나기로 예정된 패널토의는 점심도 거른 채 1시를 훌쩍 넘겨서야 끝났다. 사회자가 진행을 위해 가장 많이 한 말이 패널들에게 짧게 요약해달라는 말이었을 정도다. 요약하면 이렇다. 미래를 대비하고 국민의 생활·복지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다 일자리까지 창출할 수 있는 것이 IT라는 것이다. 조선이나 자동차처럼 제조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도 IT라고 했다. IT를 활용하면 투명하게 복지자금을 풀 수도 있고 원격진료 등을 활용해 의료비도 절감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인력과 산업이 필요한만큼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산업고도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론에 다름 아니다. 당연히 IT업계에 종사하거나 학생들이 대부분인 참석자들에게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일자리 창출을 놓고 특단의 조치를 발표할 것을 기대하고 점심까지 미뤄가며 앉아 있었던 사람들에게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실망하는 사람들조차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얘기라도 좀 들어달라는 아우성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정보미디어부·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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