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북 시대 온다

 넷북 열풍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전세계 넷북 공급량은 올해말 전년대비 90%가 늘어난 22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넷북 열풍 속에 최근 일부 제조업체들 사이에는 새로운 고민이 고개를 들고 있다. 스마트폰과 넷북의 기능을 가진 새로운 범주의 모바일 기기 ‘스마트북(Smartbook)’의 출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넷북 사이=스마트북은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스마트폰과 넷북을 잇는 가교의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이다. 스마트폰처럼 이동통신망과 무선랜(Wi-Fi)을 이용한 웹 접속과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을 통한 위치기반 서비스에 활용될 수 있다. 리눅스 등 모바일 운용체계(OS)에서 구동되는 스마트북은 신속한 전원공급이 가능하며 단일 배터리로 8∼10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무게는 2파운드 이하, 두께는 2센티미터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소 큰 스마트북은 노트북이나 넷북과 비슷한 모습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소형은 터치스크린 태블릿이나 모바일인터넷기기(MID)와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스마트북의 화면 크기는 5∼12인치로 대개 3.5인치 화면을 가진 스마트폰과는 확연히 구분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작은 화면과 제한적인 기능의 스마트폰, 그리고 무선랜은 있지만 이통망이나 GPS가 없으며 전원 효율성이 떨어지는 넷북의 단점에 아쉬움을 가진 고객들의 요구를 파고 들 것으로 기대된다.

 ◇퀄컴의 세몰이=인텔이 넷북용 칩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스마트북은 모바일 칩 분야 선도업체인 퀄컴이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스냅드래곤’ 칩세트를 공개한 퀄컴은 올 하반기에 이를 이용한 기기 출시를 적극 도우며 스마트북 시장 창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에이서·삼성·LG·HTC·아수스 등 15개 업체가 스냅드래곤 기반 스마트폰이나 스마트북 개발에 협력키로 했고 퀄컴은 향후 30개 이상의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는 연내 상용화도 점치고 있다.

퀄컴은 시장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협력사들이 스마트북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또 ‘헬로 스마트북’이란 프로모션 웹사이트도 개설, “스마트북이 게임기·노트북·내비게이션·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올인원(All in one)’ 기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빌 데이빗슨 퀄컴 글로벌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은 “스마트북은 기능 면에서 스마트폰에서 한단계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블랙베리의 e메일 기능을 좋아하지만 조금더 큰 화면을 원하는 이용자는 ‘항상 접속돼 있는’ 스마트북에 만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력 보존기술이 적용된 스마트북은 냉각팬이 필요없어져 제조사들이 더욱 날렵한 제품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북을 밀고 있는 업체는 퀄컴만이 아니다. 마벨도 비슷한 제품을 개발중이다. 구글도 모바일OS인 안드로이드를 스마트북의 플랫폼이 되도록 지원할 수도 있고 오랜동안 출시설이 나돈 애플의 ‘아이팟 태블릿(iPod Tablet)’ 역시 매우 유사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돼 스마트북의 급속한 시장창출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틈새상품(트위너)의 한계 극복이 과제=스마트북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에 충분할까. 애널리스트들은 종종 ‘틈새 상품(tweener)’이 고객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시장 조사업체 인터프릿의 마이클 가텐버그 부사장은 “대부분 고객은 휴대폰과 넷북·노트북, 미디어 플레이어 등 2∼3종을 기본적으로 지니고 다닌다”며 “이중 하나를 교체하거나 새로 추가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많은 대형업체들조차도 꺼려온 힘든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스마트북이 내건 비전이 결국 넷북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점, 넷북 역시 윈도SW와 화면·기능이 커지면서 세를 얻었다는 점 등도 지적했다.

 엔덜 그룹의 롭 엔덜 대표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과 비슷한 스마트북의 생존을 위해서는 보조 장비와 애플리케이션 스토어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퀄컴은 스마트북이 노트북처럼 시장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HW·SW, 서비스 등으로 이뤄진 솔루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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