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취재수첩-한국은 ‘unique’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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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unique’하다.” 우리나라 IT 산업을 평가할 때 글로벌 업체 관계자들이 자주 하는 표현 중 하나다. 특이하다는 의미이지만 ‘유례없는’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합해 보인다. 한국 IT산업에서 유례없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세계적인 추세와 배치되는 상황들도 가끔 연출된다. 그만큼 국내 기업들이 까다로운 사항들을 많이 요구하고 있다는 측면도 있지만, 국제적인 표준을 따르기 보다 각사에 맞는 독특한, 차별화된 것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들이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만들어내며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도 있지만 기본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저작권보호를 위한 기술인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시스템의 도입 경향을 살펴봐도 국내는 다소 예외적이다. GE,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DRM 적용을 일부 한정된 영역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용자가 불편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선진 기업들의 경우 도입을 꺼려하는 기술 중에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연평균 45.7%씩 늘어나 지난해 325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대형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도입했으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내 문서의 유출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DRM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실제 DRM을 적용한 기업에서도 정보가 유출된 사례는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내의 기업들의 경우 제약 조건들이 많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100% 보안을 보장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제를 위한 목적으로 앞다퉈 적용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효율성은 떨어뜨리고 컴플라이언스는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e메일 아카이빙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기업들이 기록 관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보를 쉽게,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이런 본연의 목적 보다는 특정 자료들을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 일거에 파기하기 위한 ‘unique’한 의도가 개입되곤 한다. 경영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투명성을 없애기 위해 신기술 솔루션을 도입하는 격이다.

 지난해 국내 굴지의 그룹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몇 개월동안 일부 정보시스템을 제대로 운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은 이례적이다. 무엇인가를 감추기 위해서라는 의심을 받을 만한 일이었다.

 이런 사례들을 놓고 보면, 우리가 자주 듣는 ‘예외적’ ‘이례적’이라는 표현은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아 보인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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