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 경영성과는 물론 환경, 사회적 성과를 포함하는 지속가능경영이 선진 기업들의 필수 경영전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삼성건설이 전사에 걸쳐 환경경영을 적용한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주목받고 있다.
삼성건설은 2006년 CEO를 위원장으로 하는 환경경영위원회를 설립했다. 기획설계 단계부터 구매, 시공(생산) 그리고 이해관계자와의 녹색 파트너십을 통한 사회기여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녹색상품, 녹색구매, 녹색사업장, 녹색파트너십 등 4개 소위원회를 구성, 운영해 오는 등 업계 선도적으로 환경경영을 실천해 왔다.
하지만 과거에는 일부 한정된 영역에서 사업장 중심으로 환경경영 활동을 해 왔고, 단순 폐기물관리나 비산먼지 관리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친환경제품 구매(녹색구매) 실적 등 지속가능보고서 발간을 위한 환경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필요한 신뢰성 있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어려웠다. 신뢰성 있는 환경경영 데이터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자 삼성건설은 온실가스 배출량 등의 정보를 관리하는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다.
삼성건설 품질경영실 송은수 상무는 “앞으로 환경경영을 근간으로 하지 않으면 기업의 지속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경영진들을 중심으로 전 임직원이 적극 나서서 추진하게 됐다”며 “그동안 정확한 진단이나 체계적인 전략 없이 단기적인 환경활동을 추진해 왔기에 향후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환경경영 활동을 위해서는 정확한 수준의 파악과 목표 관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표준 환경 지표로 설계=삼성건설은 단순히 폐기물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환경보호 관리 수준이 아니라 환경경영에 대한 기준을 마련, 장기적인 로드맵을 수립하는 것이 목표였다.
또한 몇 년 후 가시화될 법적 환경규제 시행을 감안해 온실 가스 정보의 정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관리시스템을 미리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2007년 당시 국내에 환경경영을 위한 각종 관련 데이터를 정량적, 정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스템은 드물었다. 이에 삼성건설은 건설업 특성에 적합한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초 관련 전문 컨설팅 전문업체인 에코프론티어의 도움을 받아 3개월간의 컨설팅 작업을 거쳐 자체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이후 삼성SDS와 함께 총 6개월에 걸쳐 시스템을 구축, 지난 4월 말 환경경영 성과관리 시스템(e-Green Hub System)을 오픈했다.
삼성건설의 환경경영 성과관리 시스템은 글로벌 표준 환경 지표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의 환경 지표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삼성건설은 GRI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기업의 환경경영 30개 지표 중 건설업에 적용되는 27개를 선정해, 설계단계에서 중복되는 내용을 정리해 총 21개 지표로 압축했다. 또 비전문가인 현장 사용자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하며 데이터 신뢰성 확보를 위해 ERP 시스템과 연동한다는 개발 원칙을 수립하고, 각 지표별로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수 있는 개발 방식을 적용했다.
예를 들면 GRI 환경지표 중 원료사용량에 관련된 지표는 기존에 구축, 운영되고 있는 자재, 구매 관리 시스템과 연동해 데이터를 자동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송 상무는 “만약 철근을 10톤 구매한다고 했을 때 현장에서 구매신청을 하고 본사를 통해 출고가 완료되면, 원자재 사용량 데이터가 구매 시스템을 통해 입력되고 이 데이터는 자동으로 연동돼 환경경영 성과관리 시스템상에서 자동입력과 분석이 이뤄진다”며 “현장에서 수작업으로 입력된 데이터보다 신뢰성이 훨씬 높을 뿐 아니라 사용자의 편의성 또한 커진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ERP 시스템의 활용은 협력업체의 건설장비로 인해 현장에서 배출되는 온실 가스 배출량까지도 집계·산출하며, 직원 출퇴근용 버스나 출장시 항공기 이용으로 인한 온실 가스의 배출량도 집계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항목들이 현재 ERP 시스템내에서 자동 연동되지만 사용량에 따른 누진제 요금이 적용되는 도시가스와 전기 사용량에 한해서는 입력상의 오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데이터 관리 담당 임직원에게 꾸준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편의성’ 강조=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송 상무가 최우선 원칙으로 내세운 것은 현장에서 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쉽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삼성건설은 국내 120여개 현장을 동시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열악한 현장 환경을 기준으로 현장 환경관리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송 상무는 “소총수한테 소총을 줘야지 미사일을 주면 안 된다”며 “현장 사람들의 업무량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쉽고 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말했다.
삼성건설측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애로사항도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자재 등의 단가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여기에 시스템 구축 전 국내 현장의 환경 데이터를 모두 수집해 엑셀파일로 정리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2주 이상의 기간 동안 이와 관련된 데이터를 분석, 확인하고, 수정하는 작업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고 삼성건설측은 말했다.
삼성건설의 환경경영 성과관리 시스템은 본격 운영된 지 얼마 되지 않지만 벌써 사내 전반적으로 시스템 구축 효과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삼성건설 품질경영실 정미홍 과장은 “그동안 200여개 현장으로부터 직접 입력된 자료를 통해 분석하다 보니 입력 수치오류나 단위 표기오류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으나 이젠 짧은 시간에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됐다”며 “환경보고서나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현장과 본사의 환경경영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환경경영 성과관리 시스템은 환경경영 표준 지표 관리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절약 캠페인 등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의식 전환을 위한 캠페인 활동 차원이었지만 시스템이 구축된 이후 차량, 연료, 전기사용량 등 에너지 항목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산정하고 산정된 데이터를 근거로 동일 상품, 동일 규모의 현장과 비교, 분석해봄으로써 현장별로 해당 현장의 수준을 파악하고 목표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삼성건설은 임직원의 출장이나 부서별 교육, 또한 행사 후에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보여주고 이를 탄소배출거래금액으로 환산, 적립한 후 환경관련 사업에 기부 혹은 투자하는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방식의 ‘탄소상쇄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성현희기자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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