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벌어지고 있는 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업체 간 콘텐츠 비용 협상이 ‘디지털방송 유료화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디지털방송을 보는 시각이 천양지차인 만큼 협상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 MSO들이 최근 2차례 만나 HD방송 비용 정산에 관한 실무진 협의를 벌였지만 서로 간 중재안은 보이지도 못한채 별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다음 회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현재 각 진영은 공통된 내부 의견을 모으기 위한 각자 회의에 돌입했다. 일종의 휴전 상태인 셈이다.
그러나 평온해보이는 외면과는 달리 협상은 새로운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디지털콘텐츠 과금 견해 차이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새롭게 떠오르는 쟁점은 ‘케이블로 재전송되는 디지털방송에 돈을 받는 것을 유료화로 봐야 하냐’는 것이다. 지상파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료화 논의는 본질을 흐리는 수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상파가 아날로그 시대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도 무료지만 이를 가지고 유료사업을 하고 있는 케이블업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지상파방송사 관계자는 “지상파 콘텐츠를 팔아 사실상 수익을 내고 있는 지금부터라도 저작권료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라며 “디지털 콘텐츠 과금을 일반 시청자에게 전가하면 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투자비가 막대하지만 디지털 콘텐츠라고 해서 광고료를 인상할 수도 없다”며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료는 방송장비 구입 등으로 상당 부분 재투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케이블 진영은 HD 콘텐츠 과금은 ‘디지털방송의 유료화’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단 저작권 협상이라는 말 자체에 대해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영방송인 만큼 저작권은 일반 국민에게 있지 방송국에 있지 않다는 생각이 많다.
지상파가 기본적으로 무료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 재전송하고 있는 것에 불과한 만큼 과금은 부당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우리가 아날로그 지상파 난시청 해소에 힘쓸 땐 아무 말 하지 않다가 지금은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는 섭섭함도 피력하고 있다.
케이블업계 한 관계자는 “지상파방송사가 광고 침체로 인한 자신들의 경영 손실을 디지털 콘텐츠 과금으로 메우려고 하는 인상이 있다”며 “우리는 단순히 지상파를 재전송하고 있을 뿐인 만큼 콘텐츠 비용 정산은 힘든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만약 돈을 받겠다면 우리 요금에 디지털 콘텐츠 비용을 더해 ‘기본료+지상파 디지털 비용’ 식으로 처리해 줄 수 있지만 콘텐츠 비용 정산은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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