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라클이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하드웨어 사업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선의 프로세서 사업 투자를 늘리고, 서버 사업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오라클이 자바·솔라리스 등 선의 소프트웨어 기술만 노린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구심을 불식시켰다.
10일 로이터는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업을 같이 하면 더 나은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며 “선의 하드웨어 사업을 절대 팔지 않을 것”고 보도했다. 4월 오라클이 IBM과의 인수협상이 결렬된 선을 70억달러에 깜짝 인수한 뒤 월가를 중심으로 오라클이 선의 하드웨어 사업을 잘라 낼 것이란 소문이 지배적이었다.
래리 엘리슨은 선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스파크(SPARC)’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파크는 대기업·정부기관 등에서 쓰이는 고가의 서버 용 프로세서다. 그는 “선을 인수한 이상 IBM 등 다른 업체들이 하는 것처럼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까지 새 기술에 대한 계획을 공유할 것”이라며 “이로써 라이벌인 IBM과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파크를 공동 개발한 후지쯔와 협력해 오라클의 소프트웨어, 선의 하드웨어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찰스 킹 펀드IT 연구원은 “오라클이 선의 하드웨어 사업을 팔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수백, 수천만 달러를 거래하던 선의 고객들이 계약을 해지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선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했던 고객을 안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IBM·EMC에 대응하기 위해 서버사업과 서버사업 지원부문도 남겨둔다. 엘리슨 CEO는 “스파크 프로세서, 솔라리스 운용체제(OS)를 기반으로 한 선의 서버사업은 한때 매우 성공적이었다”며 “오라클의 소프트웨어와 결합해 선이 과거의 명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라 디오디오 ITIC 연구원은 “선은 30년간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며 최고의 하드웨어 기술을 가졌지만 마케팅에 능하지 않았다”며 “마케팅의 귀재 래리 엘리슨이 선을 살릴 것”이라는 업계의 긍정적인 평가를 전했다.
한편 지난 8일(현지시각) 두 회사가 미국 증권거래위워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선은 “해외법인이 외국 관리에게 뇌물을 주지못하도록 금지한 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선은 어떤 해외법인이 언제 뇌물을 줬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회사 차원에서 시정 조치를 취했으며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에 이런 점을 통보해 현재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국의 조사로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벌금 또는 형사 기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오라클도 선의 범법 혐의를 합병에 서명하기 전에 알고 있던 것으로 나타나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