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린이날, 씁쓸한 게임업계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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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이씨는 어린이날인 5일, 모처럼 찾아온 연휴의 마지막을 망쳤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와 야구장에 가기로 한 약속이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원인은 돌발적으로 발생한 업무도 아니고 피할 수 없는 집안 대소사도 아니다. 하루 종일 게임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 아이의 집착이 이씨의 계획을 수포로 만들었다.

 비단 이씨뿐만이 아니다.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린이날의 씁쓸한 풍경이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자장면 한 그릇만 내걸어도 기꺼이 어린이날 외출을 반겼지만 요즘은 고가의 이벤트에 패밀리 레스토랑까지 더해도 약발이 안 듣는다.

 게임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가정의 달, 특히 어린이날을 겨냥해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문제는 이들 이벤트가 어린이의 과몰입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게임 업체는 어린이날 게임을 하면 두 배 이상의 경험치와 다양한 아이템을 줬다. 내로라하는 게임 업체인 A사와 B사는 자사 유명게임에서 어린이날 12시간 동안 경험치 2배 이벤트를 진행했다. C사는 아예 하루 종일 아이템이 나올 확률을 2배로 높였다. 신생 게임 업체 D사는 게임을 할 때 5시간마다 한 번씩 좋은 아이템을 줬다.

 어른이야 ‘그게 뭔 대수냐’는 반응을 보이겠지만 어린이에게는 경험치와 아이템이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다. 학교 수업에 학원까지 하루 종일 다람쥐 쳇바퀴 돌는 듯 사는 어린이들로서는 게임 속 자신의 캐릭터를 단시간에 키울 수 있는 이벤트는 부모 함께하는 외출과도 바꿀 수 없는 절호의 기회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것을 비난할 수 없다. 다만 사회적 파급력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고객을 무조건 잡아둬야 한다는 근시안적 발상으로 아이와 부모를 멀게 만드는 이벤트가 아니라 가정의 달, 어린이날이 갖는 의미를 살릴 수 있는 게임 업계의 현명한 마케팅 전략이 아쉽기만 하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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