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소설 모두 대히트를 기록한 ‘트와일라잇’에 이어 송강호의 열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 전지현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블러드:더 라스트 뱀파이어’까지 돈 되는 건 죄다 뱀파이어 이야기다. 심지어 여기에 케이블채널 수퍼액션은 2일부터 3일까지 18시간 동안 ‘반헬싱’ ‘언더월드’ ‘블레이드3’ 등 총 8편의 뱀파이어 영화를 릴레이 상영할 방침까지 세웠다.
우리나라에서 뱀파이어가 이렇게 각광을 받았던 적이 없었다. 이 중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영화는 단연 박찬욱의 박쥐다. 박찬욱이라는 이름도 그렇고 뱀파이어라는 소재도 구미를 당기게 만든다. 박쥐는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기도 했다.
송강호·김옥빈·신하균 등이 출연한 박쥐는 독창적인 스토리와 감각적인 영상으로 전 세계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은 이 시대 최고의 감독 박찬욱이 오랫동안 완성하고 싶었던 꿈의 프로젝트다. 병원에 근무하는 신부 상현(송강호)은 해외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백신개발 실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실험 도중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음의 문턱에 이르고,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받아 소생한다. 하지만 그 피는 상현을 뱀파이어로 만들어 버렸다. 기적적으로 생명을 건진 상현은 어린 시절 친구 강우와 그의 아내 태주(김옥빈)를 만나게 된다. 뱀파이어가 된 상현은 태주의 묘한 매력에 억누를 수 없는 욕망을 느낀다. 태주 또한 히스테리컬한 시어머니와 무능력한 남편에게 억눌렸던 욕망을 일깨워준 상현에게 집착하면서 위험한 사랑에 빠져든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복수 3부작을 만들면서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한 인물이 구원받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을 조명, 인간의 실존문제를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이런 문제 의식은 박쥐에도 이어진다. 박찬욱 감독이 다뤄온 죄와 구원의 문제를 가장 이상적으로 표현한 것이 박쥐라는 평이다.
사실 박쥐는 박 감독에게 여러 모로 의미가 있다.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박찬욱 감독은 10년 전부터 박쥐를 기획하고 설계해 왔다.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 당시부터 송강호에게 출연을 제의하고, 전작들을 거쳐 다져온 과감한 생략과 편집,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카메라 워크 등 특유의 영상 기법을 더욱 세련되게 다듬어 박쥐 속에 총집합시켰다.
특히 이 작품은 한국 영화사에서도 기념비적인 영화로 기억될 예정이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제작단계에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미국 유니버설 픽처스 인터내셔널 스튜디오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북미배급망을 확보했다. 박쥐의 북미배급을 담당하는 포커스 피처스는 이안 감독의 ‘색 계’,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이스턴 프라미스’ 등 역량 있는 감독의 걸작만을 엄선해 전 세계에 소개하고 있는 회사라 더욱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박쥐가 매력적인 이유는 지금껏 보아온 외국영화 속 뱀파이어와는 다른 새로운 뱀파이어 캐릭터를 완성해 냈다는 데 있다. 제작진은 야간 활동, 생존을 위한 흡혈 등 기존 뱀파이어의 특성은 유지하되 인간적인 느낌을 주어 존재적 이질감을 없애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 작품은 영원불멸의 존재인 뱀파이어의 특성에 과감한 파격을 꾀한다. 박쥐의 뱀파이어는 신부에서 뜻하지 않게 뱀파이어가 됐기에 더욱 인간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또 하나의 차별성이다.
신부이기에 억눌러왔던 인간적인 욕망을 오히려 뱀파이어가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분출하고 추구하게 됐으며 사랑의 기쁨마저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를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살생이며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죄책감이다. 이런 딜레마에 빠져 고뇌하는 상현의 모습은 뱀파이어가 되기 이전보다 더 그를 인간답게 보이게 한다. 또 영화에서 중요하게 이용되는 기도문(살이 썩어가는 나환자처럼 모두가 저를 피하게 하시고 영원히 순결에 바쳐진 부분을 능욕하여 어떤 자부심도 갖지 못하게 하시며 저를 치욕 속에 있게 하소서)은 상현의 운명을 암시하며 뱀파이어가 된 신부인 그가 겪을 인간적인 갈등과 고뇌를 표현하고 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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