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PC `넘버2`도 위태

 ‘델의 굴욕, 어디까지?’

 왕년의 PC 제왕 델이 2위 자리를 지키기도 힘에 부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대로 가다가는 넷북을 내걸고 승승장구 판매량을 늘리는 에이서에 올해 안에 2위 자리를 내줄 것이란 굴욕적인 예측이다.

 30일 인포메이션위크는 에이서가 현재의 상승세를 올해 하반기까지 유지한다면 전세계 PC 판매량 2위인 델의 자리를 탈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에이서는 29일(현지시각)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하반기 노트북PC 출하량이 30∼40% 가량 뛸 것이라고 공언했다. 넷북 판매량은 다소 예측치를 낮췄지만 여전히 1000만∼1200만대를 팔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델, 3위로 추락하나=최근 시장조사업체 IDC가 발표한 1분기 델의 성적표는 최악이다. 델은 1년전보다 전세계 판매량이 16.7%, 미국에서는 16.2% 급감했다. 8년간 미국 PC시장 부동의 1위를 지켰던 델은 판매량을 12%나 늘린 HP에 자리를 내줬다. 이제 델은 간발의 차로 3위 에이서에도 쫓기는 형국이다. IDC에 따르면 1분기 2위 델과 3위 에이서의 미국 판매량 차이는 110만대에 불과하다.

 ‘어스파이어’ 넷북으로 대박은 낸 에이서의 전세계 시장 점유율은 11.6%로, 13.6%로 추락한 델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델은 14.7%로 에이서를 5%포인트(p) 이상 앞섰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델이 13.1%, 에이서가 13%로 델이 고작 0.1%p 앞섰다며 둘의 판매량이 거의 같다고 발표했다. 더그벨 IDC 연구원은 “에이서가 예측치대로 성과를 낸다면 2위 자리에 오르는 것이 가능하다”며 델이 하락세를 역전시키지 않으면 에이서의 추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자구책 안 먹히네=델의 굴욕이 시작된 것은 2006년이다. HP에 전세계 PC 판매량 1위를 빼앗기며 ‘PC 제왕’ 자리를 내줬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창업자 마이클 델이 2007년 CEO로 복귀하며 델은 다양한 실험을 했다. 신앙처럼 여겨 온 직접 판매를 버리고 소매점에 진출하는 등 간접 판매 모델을 받아들였다. 컬러 노트북PC, 초박형 노트북PC ‘아다모’를 선보이는 등 디자인 개선에도 힘썼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델의 입지는 불안하다. 로렌 러버드 IDC 연구원은 “델의 매출 중 76%는 기업용 시장에서 나온다”며 델의 수익 구조를 지적했다. 소비자 시장은 PC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기업용 시장이 정체하는 가운데, 소비자 시장이 PC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델은 이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조지 시플러 가트너 연구원은 델이 해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음을 꼬집었다. 델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온 미국 시장 의존율을 낮추기 위해 2년간 수출에 공을 들였다. 그럼에도 지난 분기 미국 밖 매출은 17.4%나 떨어졌다. 데이비드 프랭크 델 대변인은 이에 대해 “델은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음 달 말 분기 수익을 발표하는 시점에 더 나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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