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민간 차원의 탄소정보공개제도가 잇달아 도입되면서 탄소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기업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고객사나 소비자로 하여금 기업의 탄소저감 활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게 함으로써 친환경·고효율 설비 도입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한국위원회(CDP 한국위원회 위원장 김명자)는 최근 탄소정보공개 설문지를 배포하면서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 명단을 별도 공지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소비자에게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인 기업들 명단을 공개해 ‘그린소비’ 활동에 참고하게 하기 위해서다. 업체들로서는 대외 이미지를 고려하면 울며 겨자먹기로 환경관련 정보를 터놓아야 하는 셈이다. CDP 한국위원회는 올해 13개 금융기관의 위임을 받아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탄소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설문조사 결과는 오는 9월께 발표된다.
정부측 대응도 발빠르다. 환경부는 상품의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인증마크와 함께 표시하는 ‘탄소성적표지제’를 지난 15일부터 실시중이다. 현재 ‘풀무원 유기농두부’, ‘CJ제일제당 햇반’, ‘코카콜라’, ‘LG전자 드럼세탁기’ 등 11개 업체 22개 제품이 탄소성적표지제를 적용받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일부 소비재의 경우 판매량이 급증하는 등 소비자들의 호응도도 높다.
이 밖에 에너지관리공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사업 등록 현황을 실시간 공개한다. 업체명은 물론 등록사업 내역과 총 예상 감축량 등이 고스란히 기록된다. 동종 업계 내에서 어느 기업이 탄소저감 설비 도입에 소극적인지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정유 4사 중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이 비교적 많은 양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사업을 등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SK에너지 감축예상량의 2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녹색산업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환경정보 공개를 제도화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은행은 기업의 환경정보를 반영한 여신시스템 구축할 수 있고, 금융투자회사도 환경기술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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