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SF라고 하면 미래를 대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가는 것을 연상한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 하지만 SF는 과학(Science)이라는 도구를 이용한 픽션(Fiction)을 모두 포함하고, 여기에는 먼 미래가 아닌 아득한 과거를 상상의 무대로 하는 작품들도 포함된다.
근대적인 의미에서 SF라는 장르의 가능성을 하나하나 검토하고 현대와 같은 모습으로 정립한 사람은 H G 웰스다. ‘타임 머신(시간 여행)’ ‘우주 전쟁(외계인의 침략)’ ‘투명 인간(생체 실험)’ ‘모로 박사의 섬(유전 공학)’ 등으로 SF의 여러 가능성을 탐구한 웰스는 1897년 발표한 ‘석기시대 이야기’에서 과학적 시각에 입각해 인류 여명기인 선사시대를 다루는 소설이 충분히 가치 있고 흥미로울 수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 이 작품은 향후 ‘선사시대 소설’이라는 SF의 새로운 서브 장르를 개척했다.
웰스가 ‘석기시대 이야기’를 쓰던 시기는 선사시대에 대한 전 유럽의 관심이 폭발하던 상황이었고, 스탠리 워털루의 ‘아브 이야기’라든지, J H 로스니라는 공동 필명을 사용한 벨기에의 형제 작가 요셉 앙리 오노레 뷕스와 세라핀 저스틴 프랑수아 뷕스의 ‘불을 찾아서’와 같이 선사시대를 무대로 한 소설들이 비슷한 시기에 여러 편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웰스가 돋보이는 것은 어떤 작품을 쓰든지 과학에 진지한 태도를 보이면서 인류의 도덕적 가치관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항상 고민했기 때문이며, 후대의 SF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미국의 소설가 잭 런던은 1907년 발표한 ‘비포 아담’에서 선사시대를 세밀하게 묘사해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에서는 현대 세계에서 꿈을 꾸는 화자의 의식이 과거의 선사시대 원시 인류 중 한 명의 머릿속으로 투영되고, 이 화자의 눈을 통해 선사 시대 원시 인류의 삶을 치밀하게 묘사해 가는 일종의 타임 슬립 방식을 취한다.
잭 런던의 비포 아담이 경이적인 성공을 거두자, 스탠리 워털루는 이 작품이 자신이 10년 전에 쓴 ‘아브 이야기’의 표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사시대 인류의 진화에 대한 의문 중 가장 흥미진진한 것은,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이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화한 인류의 두 선조가 상당히 오랜 기간 공존하고 있었다는 것과, 어째서 더 큰 두뇌를 가지고 있었던 네안데르탈인이 멸망하고 크로마뇽인만이 살아남았는지 하는 것이다. 많은 작가가 선사시대 소설이라는 SF 서브 장르로 이 미스테리에 도전했다.
198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골딩은 1955년 발표한 장편 소설 ‘후계자들’에서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의 삶과 번역에 진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여기에서는 평화롭고 명상적이며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네안데르탈인이 결국 전투적이고 호기심 넘치는 크로마뇽인에게 진화의 헤게모니를 빼앗기고 스러져가는 것으로 묘사된다.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의 차이를 작품의 주제로 두고, 두 종족 사이를 오가는 주인공을 통해 치열하고 정교한 묘사로 선사시대의 생활상을 재구성한 작품이 1980년부터 2002년까지 5편의 장편으로 발표된 진 M 아우얼의 ‘대지의 아이들’ 연작 시리즈다. 얼마 후 장 자크 아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J H 로스니 원작의 ‘불을 찾아서’가 1981년 개봉되자 선사시대 픽션이라는 SF 서브장르에 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됐다.
김태영 공학박사, 동양공업전문대학 경영학부 전임강사 tykim@dong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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