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국연 LG전자 수석 연구위원 "디지털TV 세계 주도 힘 보태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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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TV 수출을 위한 원동력을 마련했다는 게 가장 기쁩니다.”

 지난 21일 열린 과학의 날 기념식에서 과학기술훈장 웅비장을 수상한 곽국연 LG전자 수석 연구위원(53·전무급)은 디지털TV 수신 칩을 처음으로 개발한 일도 보람있는 일이지만 이를 기반으로 국내업체가 세계 디지털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게 더 뿌듯하다는 말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과학기술훈장은 창조장에서 진보장까지 5등급이 있으며 3급 웅비장은 기업인 출신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 권위의 상이다. 곽 위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CD롬 드라이브를 개발한 데 이어 세계 최고 성능의 디지털TV 수신 칩을 연이어 선보여 과학기술 혁신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1세대 디지털 수신 칩은 지난 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세계 처음이었습니다. 미국 방송 표준인 ‘ATSC’를 지원하는 제품이었으며 칩이 나오면서 디지털TV가 산업화하는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곽 위원은 이후 2000년 근거리 반사파 제거 성능을 높인 3세대 ATSC 방식 디지털TV 수신 칩을 개발하면서 토종 엔지니어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당시 비교 시험을 거쳐 가장 우수한 점수를 얻으면서 국내 업계가 경쟁력을 지닌 ATSC 방식 디지털TV를 미국에 수출하는 데 기반을 닦았다.

 “사실 아날로그 시대에는 핵심 기술과 부품을 일본에 의존하면서 사실상 주도권을 일본에 뺏겼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핵심 부품을 우리 힘으로 상용화하면서 분위기를 바꿔 놓았습니다. 일본 업체로부터 수신 기술을 라이선스해 로얄티를 받을 정도로 국내 기술의 우수성을 안팎에 알렸습니다.”

 곽 위원은 연구개발 성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디지털TV 수신 성능을 더욱 향상시킨 독자적인 방식의 수신 기술(E-VSB)을 개발해 미국 디지털TV 규격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모바일TV와 관련한 기술(MPH)을 개발했으며 이 역시 표준 채택이 유력한 상황이다. MPH 방식은 이미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 50개에 특허가 출원돼 있으며 미국 모바일TV 규격으로 확정되면 ATSC 수신 칩 못지않은 대규모 수출이 예상된다.

 곽 위원은 올해 LG전자에 입사한 지 30년을 맞는다. 지난해 엔지니어로는 처음으로 수석 연구위원으로 직함을 달았다. 수석 연구위원은 전무급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신설됐다. 곽 위원은 “아날로그TV 시대는 뒤처졌지만 디지털TV 시대 만큼은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며 “앞선 디지털TV 기술력을 떠오르는 시장인 모바일TV 분야에서 펼칠 날이 멀지 않았다”라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 sh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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