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정보 알면 고객이 보인다"

 중견 이사업체들이 잇따른 사업제휴 제안을 받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최근 들어 통신·가전·유통 업체들이 이사업체에 잦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빽빽하게 적힌 고객의 신상정보가 아닌 ‘고객이 언제 이사할 것’이라는 정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길일’을 정해 이사하는 문화적 특성이 있어 날짜를 정해놓고 이사업체에 일찍 통보해 둔다. 이는 통신·가전·유통 업체들에게는 알찬 정보가 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장이사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는 통인서비스마스터는 삼성전자·KT·롯데백화점 등 쟁쟁한 기업들과 사업제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KGB·한진 등 다른 대형 업체들도 여러 회사와 비슷한 규모의 제휴를 맺고 있다. 이사업체들은 적은 비용으로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고, 제휴 업체들은 사업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김대하 통인서비스마스터 마케팅부장은 “지난해 초부터 대기업들의 러브콜이 쇄도하기 시작했다”며 “과거에는 잘 몰랐지만 지금은 우리가 가진 정보가 상당한 자산인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KT·LG파워콤 등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이사가면서 계약을 해지하는 고객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사가기 하루 전날 갑작스럽게 서비스 중지를 요청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어서 붙잡아 두기도 쉽지 않다. 가입자 유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 가족 단위의 고객을 잃는다는 것은 업체 입장에서는 큰 손실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대형 가전업체와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도 고객 이사정보는 중요한 사업 기회다. 이사하는 고객은 대형가전 제품이나 가구를 교환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마케팅 활동이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집을 옮긴 고객을 대상으로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면 일반 고객에 비해 매출 발생 가능성이 훨씬 높다”면서 “이사한 고객들의 정보만 확보할 수 있다면 훨씬 효율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사 서비스는 고객 핵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업종 중 하나다. 일반 소비자의 집 안에 합법적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 사람은 이사, 전자제품 AS, 정수기 관리 직원 정도다. 이들은 업무를 통해 고객들의 가전제품 구매를 예상할 수 있고, 품목까지 파악할 수 있다. 다만 AS업체들은 고객 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그 자체가 불법일 뿐 아니라 이를 경계하는 소비자들의 정서도 심한 편이기 때문이다.

 반면 정수기 관리직원이나 이사업체들은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오랜기간 정수기 사업을 통해 고객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비데시장까지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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