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스페인 클라리넷 국제 콩쿠르 ‘도스 에르마나스’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에 입상해 국내 최고의 관악 연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채재일의 클라리넷 리사이틀이 오는 6월 17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다.
채재일은 화려한 기교와 섬세한 소리로 최근 단연 주목받고 있는 클라리넷 주자. 서울시향 클라리넷 수석으로서 오케스트라 관악 파트를 든든히 받치고 있으며 금호 체임버뮤직소사이어티 등 실내악 공연에서도 믿음직한 클라리넷 연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표현력이 풍부한 클라리넷은 목관악기 중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독주 악기로서는 국내 무대에서 피아노와 현악기에 비해 볼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클라리넷 주자 채재일’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이번 무대는 다양한 클래식 음악 맛보기를 위해 상대적으로 더 소중한 것이기도 하다.
채재일은 이번 독주회에서 슈만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 소품집 Op.73, 브람스의 클라리넷 3중주 Op.114 및 쇼송, 도나토니 등의 현대곡을 연주한다. 차분한 듯 강렬한 이번 프로그램은 독일·프랑스·헝가리·이탈리아 등 작곡가도 다양하며 낭만주의에서 현대로 오는 자연스러운 흐름도 갖추고 있다. 클라리넷 주자의 테크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하는 고난도의 클라리넷 독주를 비롯, 2중주·3중주 등 곡 구성도 다양해 연주자와 악기 매력을 두루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이 다양한 구성을 소화해 낼 채재일의 탄탄한 기량이다.
채재일은 서울과 인연이 많다. 채재일은 2005년부터 서울시향 수석으로 활동 중이다. 부친인 고(故) 채일희 교수 역시 클라리넷 연주자이자 서울시향 수석 연주자를 역임(1985∼1991)했으며, 2대가 서울시향 수석을 맡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번 리사이틀로 호암아트홀에서 2대가 모두 각자의 이름을 건 클라리넷 독주회를 열게 됐다. 어릴 적 같은 공연장 객석에서 아버지의 독주회를 지켜 본 기억을 간직한 그에게 이번 연주회는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본격적인 솔리스트로 자리 매김할 채재일의 이번 무대를 주목하기 바란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