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님은 지금 암입니다. 엄지 손톱만큼 췌장에 암이 있으면 당신은 지금 중기를 넘어 말기로 가고 있습니다.”
“오늘 안 사시면 바보에요, 주저 마시고 질러보세요.”
“프라다풍 소재를 사용해 클래식한 감성을 모던하게 해석한 프래시한 감각이 느껴지는 머스크랫 하프코트는 트랜디한 색상에서 오는 리치함과 컨템퍼러리 룩의 멋진 스타일이죠.”
홈쇼핑 방송심의에 적발된 외래어 남용이나 섬뜩한 표현들이다. 또 방송 중에는 특정 제품의 부각을 위해 구체적인 실험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고 비교 시연하거나 객관적 근거 없이 ‘국내 유일’ ‘세계 일류’ 등의 표현이 남발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홈쇼핑 방송의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방통심의위는 지난주 GS홈쇼핑을 시작으로 이달 중 5개 홈쇼핑 전부를 대상으로 ‘상품판매방송 주요 심의 사례 설명회’를 시작했다. 날선 제재를 무기로 고압적인 얼굴로 다가서기 보다는 친절한 순회강연을 통해 방송심의 위반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설명회에는 과거 심의에 적발된 △보험 방송 중 시청자에게 공포심과 혐오감을 주는 표현 △시청자의 품위를 해치는 표현 △지나친 외래어 사용 등이 생생한 사례로 제시된다.
제재 일변도였던 관리·감독 기관의 변신에 업계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판매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규제를 임기응변식으로 회피하려 했지만, 방통심의위의 설명을 듣고 나서 소비자와 업계 모두를 위해 규제 준수가 필요하다고 깨달았다는 것.
순회 설명회에 참석한 GS홈쇼핑 김인경 쇼핑호스트는 “딱딱한 표현이 가득한 법 규정집은 너무 어렵고 피부에 와 닿지 않았는데, 강의 중 생생한 사례를 확인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방송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순회 설명회를 주도하는 방통심의위 광고심의 1팀은 홈쇼핑 방송 감독을 전문으로 하는 부서로 매주 5개 홈쇼핑 방송 전체를 모니터링한다. 모니터링을 통해 심의·제재 결정이 내려지며, 이 결정은 방송 재승인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