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초능력을 지닌 영웅들의 시대다. 슈퍼맨이나 람보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영화계는 초능력을 보유한 다양한 영웅의 소재가 주류로 등장하고 있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 만화 속 영웅도 있고 와치맨, 푸시 같은 초능력 소재 외에 킹콩이나 트랜스포머와 같이 디지털크리처(digital creature) 및 미캐닉스(mechanics) 기술을 활용한 영화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펼치는 화려한 비주얼은 상상이 가능한 모든 것이 다 표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표현을 가능케 한 일등공신은 뭐니 뭐니 해도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일 것이다.
작년도 디지털콘텐츠 시장 규모를 보면 디지털영상분야와 디지털방송, 게임 등 CG가 중요하게 활용되는 분야의 비중이 전체 시장에서 62%(2008년 2177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그중 영화시장은 전체 제작비의 평균 20% 수준인 178억달러 정도가 CG 제작을 통한 시장창출로 추정되며 게임분야는 총 580억달러 규모 중 CG 제작비용이 50∼60%인 3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애니메이션 분야도 총 93억달러 규모 가운데 약 47억달러 정도를 3D 애니메이션 등 CG 분야가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의 시장 확대 가능성은 더욱 높다. 기존 영상·게임분야뿐만 아니라 타 산업분야로의 CG 활용 확산은 융합형 콘텐츠라는 새로운 신시장 창출에 매우 중요한 모멘텀이 되고 있다. 영상·게임 분야에서 선도적으로 개발된 CG기술은 제조업(산업디자인), 건축(모델링), 의류(가상 피팅), 의료(인체 모델링, 가상시술) 및 교육, 광고 등으로 활용 폭을 넓힘으로써 매우 큰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시장 창출을 위해서는 극복할 점도 많다. CG가 콘텐츠 시장에서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요인으로 부상함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CG 기술 및 인프라 확보가 절실한 실정이다. 국내 CG기업의 역량 강화는 곧 국산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라는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우선 한정된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술력과 비즈니스 능력에서 글로벌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내수시장 한계 극복과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빠르게 해소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프로젝트의 참여 기회 확보가 필수적이다. CG 기술은 모델링, 렌더링, 애니메이션, 디지털편집 등의 주요 기술 요소의 경쟁력이 선진국의 80∼90%에 이르고 있어 글로벌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이들 격차를 해소하는 기회가 제공돼야 할 것이다.
다음은 정부의 적극적인 신시장 창출 견인(triggering) 정책이다. 융합형 콘텐츠 산업은 다양한 분야와 기술 등이 결합되는만큼 위험성도 매우 큰 사업이다. 따라서 초기 시장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정부의 정책 선도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또 이를 통한 성공적인 레퍼런스 확산도 필수적이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공적인 순환모델을 시장에 제공할 수 있다면 콘텐츠분야는 물론이고 타 산업까지 동반성장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융합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CG 분야를 주목하고 있는 것도 영화·게임·애니메이션·방송·광고·의류 분야뿐만 아니라 일반 산업에까지 활용을 극대화함으로써 향후 CG를 바탕으로 한 거대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잘 만든 콘텐츠가 다양하게 활용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또 타 산업의 발전까지도 견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융합콘텐츠 산업 정책의 핵심이다. 마찬가지로 그동안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중간재 정도의 역할에만 머물렀던 CG가 융합콘텐츠 시대를 맞아 신시장 창출의 핵심으로 국내 콘텐츠 산업의 재도약을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주기환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디지털콘텐츠사업단 콘텐츠전략사업팀장 khjoo@softwar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