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최대 관광도시인 리우데자네이루. 미국 팝 가수 배리 매닐로의 노래로 더 유명해진 해변 코바카바나에서 차로 20여분 달려 도착한 최대 빈민촌 ‘호시나(Rocinha)’. 도시 주민들은 이곳을 ‘범죄의 사회(Violence Society)’라고 부른다. 이곳에도 최첨단 IT 문명의 손길이 닿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곳에도 한국과 같은 ‘어얼리 어답터(Early Adapter)’는 분명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LCD TV를 들 수 있다. 축구를 즐기는 이곳 사람들은 TV를 매우 소중히 여긴다. 이 때문에 더 크고 더 좋은 화질의 TV를 찾는다.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높은 관심을 나타내며, 구매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 뿐만이 아니다. 비록 집은 매우 좁지만 세탁기, 냉장고 등 대부분 가전제품을 구비하고 산다.
한국의 70∼80년대를 연상케하는 이곳. 그들 생활상만 보면 인터넷과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이 또한 ‘기우’에 불과하다. 불법으로 추정되지만 복잡한 전깃줄 사이에 브로드밴드망을 찾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도 다수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들의 삶은 분명 풍족하지 않다. 정부로부터 외면을 당했고 그런 만큼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처음 접한 모습은 무척 강했다. 언덕을 가파르게 끼고 돌자 ‘호시나 입구’라는 현지인의 소개와 함께 수많은 쓰레기가 맞이한다. 자신들 영역을 분비물로 표시하는 동물들의 모습이 순간 떠올랐다. 쓰레기와 함께 밀려오는 악취. 빈민가로 들어왔음을 알리는 신호다.
호시나에 들어선 이후, 길은 매우 가팔랐다. 나이 든 사람은 오르기가 벅차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곳은 대부분 택시가 사람을 태워 나른다. 택시는 자동차가 아닌 오토바이. 자동차 택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들 오토바이 택시 대부분은 번호판이 없다. 마피아로 불리는 이곳 조직들이 관리를 하고 있다. 20∼30대, 때론 10대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운전하는 오토바이 택시는 이 사회가 돌아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는 이들의 주 임무는 ‘마약(Drug) 운반’으로 알려져 있다.
오토바이 택시 기사들은 ‘질서 유지자’ 역할도 한다. 법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이곳에도 자체 규율은 있으며 이들 오토바이 택시 기사는 규율에 따라 돌아갈 수 있도록 ‘경찰’ 임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기자가 가파른 좁은 사거리에서 길을 건너려할 때 이들 오토바이 택시들이 멈춰 길을 열어준 것이 좋은 사례다.
하지만 도시 사람들은 오토바이택시를 응시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특히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자칫 ‘나는 당신을 잡으러 왔다’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설명. 실제로 이방인들이 오토바이 택시를 무심히 쳐다보다가 사복경찰 또는 형사로 오해받아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현지인의 설명이다. 이들 택시 기사는 무심히 운전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방인 감시자 역할도 맡고 있다.
감시는 이들만의 몫은 아니다. 골목마다 적게는 5세부터 7∼8까지 어린이들이 외부인을 감시한다. 마약 단속 또는 범죄자 색출을 위해 경찰 또는 수상한 사람이 나타났을 경우 이들은 폭죽을 터뜨려 상부에 알린다. 마치 그들만의 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직에 위험을 알리는 신호다. 일요일 오전 빈민가를 찾은 기자는 폭죽 소리를 듣지 못했다. 물론 도시민들이 겁주던 총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주택가로 들어가면 좁은 통로와 ‘따닥따닥’ 붙어 있는 집들이 충격을 던져 준다. 심지어 일부 골목길은 우산을 펼 수 없을 정도다. 무척 더운 나라 브라질. 3월 중순 낮기온이 30도를 훨씬 넘는다. 그런 곳에 방음이 잘 될 리 없다. 한 집에서 음악을 크게 틀면 앞집·옆집·뒷집까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불편할 만도 하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낙천적이다. 서로 함께 노래를 부른다. 일요일 아침 삼바 음악으로 느껴지는 노래를 여러 집에서 함께 부르는 것을 듣는 것은 이곳에서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주택가를 걷다 셀 수 없이 얽혀있는 전깃줄을 보며, 또 다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번번한 전봇대 하나 없는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수많은 전깃줄이 꼬여 있다. 대부분 불법이다. 주민들이 지역을 관리하는 조직에 전깃줄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선을 하나 따 준다. 꼬여 있는 전깃줄을 보며 ‘과연 비 오는 날 발 뻗고 잘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검은 전깃줄 사이에 눈에 익은 파란줄이 있었다. 바로 브로드밴드(인터넷)망 라인이었다. 이 또한 불법으로 추정되는 단자가 복잡하게 얽힌 곳 사이에 놓여 있었다.
불법 전깃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집을 직접 짓는다. 특별히 신고할 것도 없고 적당히 공간이 생기면 마구잡이로 세운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집짓는 실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현지인들은 설명했다. 대부분 집들은 우리나라 1970∼80년대 흔히 볼 수 있던 붉은 벽돌집이다.
이들 생활 수준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높다. TV, 냉장고 등 대부분의 가전제품을 구비하고 산다. 단지 문제는 골목이 좁다 보니 대형 가전제품을 들여놓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시장도 크게 열린다. 기자가 찾은 일요일 오전 그리 넓지 않은 꼬불꼬불한 내리막길 골목에 상인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주로 생필품이 주류였다. 돼지고기·닭고기 등 육류에서 다양한 과일과 채소 그리고 의류 등 다양했다. 우리나라 전통시장과 큰 차이를 느낄 수는 없었으나 다소 지저분하고 역겨운 냄새가 끊이질 않았다. 이곳 제품의 가격은 무척 저렴해 상당수 품목이 도시 절반 수준에 판매된다.
돈벌이도 궁금했다. 마약 거래를 하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 도시에 내려가 일을 한다. 관광지인 만큼 주로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서 일자리를 찾는다. 이곳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나쁘지는 않다. 거의 모든 집에 도시민들이 갖고 있을 것 대부분을 구비하고 있다. 바다가 창문 너머로 훤히 펼쳐진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이곳을 좋아할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이곳 사람들은 왜 굳이 이곳에 남아 있을까. 이것에 대한 해답을 현지인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6살부터 호시나에서 살고 있다는 헤이지날도(23)씨는 “여기서 사는 것이 편하다”며 그 이유로 “자유롭고, 서로 의심하지 않으며, 눈치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호시나를 포함 빈민촌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과거 사실상 도움의 손길을 전혀 뻗치지 않던 정부가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지원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도시민들이 이곳에서 비즈니스를 하기 시작했다. 개인 병원도 등장했고, 은행도 최근 오픈했다. 이들 도시민들이 이곳에 올라온 이유는 비록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도시만큼 경쟁이 심하지 않아 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저녁 대신 먹으면 살 쭉쭉 빠진다”···장 건강·면역력까지 잡는 '이것' 정체는?
-
2
“라면 먹을떄 '이것' 같이 먹지 마세요”…혈관·뼈 동시에 망가뜨려
-
3
의사가 극찬한 '천연 위고비'…“계란 먹고 살찌는 건 불가능”
-
4
삼성전자, SiC 파운드리 다시 불 지폈다… “2028년 양산 목표”
-
5
국내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쇼룸 문 연다…로봇이 춤추고 커피도 내려
-
6
현대차, '더 뉴 그랜저' 디자인 공개…“新기술 집약”
-
7
배달 3사, 이번엔 '시간제한 할인' 경쟁…신규 주문 전환율 높인다
-
8
트럼프, '전쟁리셋'에 유가 재점등…韓 4차 최고가 사실상 무력화
-
9
자동차 '칩렛' 생태계 커진다…1년반 새 2배로
-
10
中 BYD, 국내에 첫 하이브리드차 출시…전기차 이어 포트폴리오 다각화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