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년 전 미국 원조로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했던 우리나라는 중동 등에 원자로 시스템 수출을 준비하는 나라로 발전했다. 과거 원자력 기술 도입국에서 50년 만에 기술 수출국으로 진화한 것.
세계적으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원자력 이용이 늘면서 원자로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원자로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원전기술 수출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세계 원전시장 개화=세계적으로 연구용 원자로는 2025년까지 약 110기, 중소형 원자로는 2050년까지 500∼1000기가 건설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시장 규모가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구용원자로가 약 33조원, 중소형 원자로가 300조∼600조원에 이르는 규모다.
이 중에서 미국·프랑스·러시아·일본 등 자체 원자로 건설 능력을 보유한 국가를 제외한 40여 개국에서는 외국으로부터 연구로 도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진출해야 할 시장이 이곳으로 약 10조∼25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형원자로 수출 임박=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부터 시스템일체형원자로 ‘스마트(SMART)’ 개발을 시작했고, 이를 해외시장에 수출할 계획이다. SMART는 2002년에 원자로계통에 대한 기본설계를 마치고, 2007년에는 개념설계를 완료했다. 당초 2012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정부는 SMART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당초 개발완료시점보다 앞당겨 2011년까지 조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술검증과 병행하여 표준설계인가를 추진하고 추경을 활용해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10여기를 해외에 수출한다는 목표다.
SMART는 인구 10만명 규모의 도시에 물과 전기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원자로로, 중동지역 국가로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터키·요르단·아랍에미리트·중국 등으로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터키는 수출성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용원자로도 눈길=우리나라는 ‘하나로’ 등 원천기술을 확보한 연구용 원자로 수출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원자력 50년을 맞아 이달 한국 원자력 역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사업을 발표할 예정이다.
네덜란드가 2016년 가동을 목표로 국제 입찰을 진행 중인 연구용원자로 ‘팔라스(PALLAS)’ 사업수주를 위해 원자력연구원·한국전력기술·대우건설·두산중공업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은 프랑스 아레바, 아르헨티나 인밥 등과 함께 3파전 경쟁을 펼치고 있다.
팔라스는 1조원 규모로 프로젝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우리나라가 낙찰받게 되면 향후 연구용원자로 세계시장 진출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더 의미가 있다. 정부의 원자력 수출 지원 의지도 확고하다.
한승수 총리는 지난달 열린 원자력위원회에서 “에너지 자립과 경제활성화라는 국가 당면목표를 실현하는 확실한 아이템이 원자력이며, 1000조원이 넘는 국제 원전시장은 우리나라 미래 국가발전을 위한 무궁무진한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세계 원자력시장을 주도해 나가도록 정부와 민간이 더욱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