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휴대폰 "울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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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국내 시장에 진입한 외국 휴대폰 업체들이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블랙베리로 유명한 ‘RIM’과 대만 업체 ‘HTC’에 이어 글로벌 톱5 업체인 ‘소니에릭슨’ ‘노키아’까지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타깃 시장 선정 등의 전략 실패와 품질 문제까지 불거지며 외면을 당하고 있다. 지난해 도입 논의가 시작될 당시 휴대폰 시장 지각변동까지 예견케 했던 외국 휴대폰들이 결국 ‘찻잔 속 태풍’에 머무는 것 아니냐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외국 업체가 내놓은 제품이 모두 스마트폰이라는 점에서 아직 시장이 성숙되지 않은 국내 환경 탓이라는 시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외국 휴대폰의 초기 판매 실적은 대부분 기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가장 먼저 출시된 RIM의 ‘블랙베리 9000 볼드’는 지금까지 2000여대 판매에 머문다. SK텔레콤의 법인용 스마트폰으로 나온 이 휴대폰의 기업 수요가 미미하다. HTC가 지난달 초 출시한 HTC ‘터치 다이아몬드’도 법인용 스마트폰으로 하루에 개통되는 제품은 수십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같은 부진은 제품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타깃 시장을 잘못 정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터치 다이아몬드는 슬림한 디자인과 3D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경쟁력, 반응속도 등 성능이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지 않고 있다. 일반 소비자의 단말기 선택권 확대라는 명분이 무색하다는 반응이다.

 휴대폰 유통업계 관계자는 “터치 다이아몬드가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는 개인 사용자를 중심으로 200만대 이상 판매된 히트 제품인데도 국내에서는 법인 전용으로 출시돼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 같다”며 “여성과 젊은 층을 대상으로 충분히 경쟁력 있는 제품”이라고 지적했다.

 소니에릭슨과 노키아도 출시 초기부터 소비자의 불만이 이어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X1’은 지금까지 대대적인 TV 광고 등에 힘입어 4000대 이상 판매됐지만, 자판 중복 표기 오류와 수신감도 문제 등으로 홈페이지에 소비자 공지까지 띄웠다. 소니에릭슨 측은 사용에 큰 문제가 없다는 해명이지만 부정적인 이미지 확산을 막기 위해 자판 교체 등 AS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6일부터 KTF를 통해 출시된 노키아 ‘6210s’도 핵심 기능인 내비게이션이 빠져 ‘그저 그런’ 공짜폰에 머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 휴대폰 업체들이 잇따라 한국에 진출했지만 시장 상황과 국내 소비자의 취향 및 사용 형태를 세밀하게 분석한 것 같지 않다”며 “되레 삼성, LG, 팬택 등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국내 휴대폰 업체의 주도권이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