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2000억달러의 시장가치를 가졌던 실리콘밸리의 스타,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앞길이 불투명하다. IBM과의 인수협상(70억달러 규모)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선의 진로가 안개 속에 빠진 것이다. IBM이 재협상에 나선다해도 더욱 신중해질 것이며 다른 인수가능 업체들도 IBM의 제안가 이상을 주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매각 계획을 거두고 독자노선을 걷게 될 경우, 선은 또 다시 시장점유율 하락과 수익성이라는 테마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7일(현지시각) 포브스는 이제 선이 실리콘밸리의 옛 전설에 그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며 이 같은 상황을 이끈 선의 실수를 6가지로 요약, 제시했다.
◇하이엔드에 대한 집착=선은 다른 업체와 자사 제품을 정교하게 매칭하기보다 자사 서버제품에 자체 개발한 프로세서와 SW를 결합하며 하이엔드 전략에 초점을 뒀다. 이 같은 전략은 2001년까지 ‘아름다울’ 정도로 시장에 적중하며 수익을 안겼다. 하지만 이후 이는 곧 독이 됐다.
451그룹의 브래넌 달리 애널리스트는 “선은 인하우스(자체 개발) 하이엔드 제품을 사용하는 기존 비즈니스 방식을 고집해 수익경쟁에서 뒤졌다”고 설명했다.
◇뒤늦은 범용 하드웨어의 수용=선과 달리, 경쟁사인 HP와 델은 지난 93년께부터 대형 고객사와 닷컴 등을 대상으로 범용 x86서버를 판매하며 좋은 실적을 냈다. MS의 SW와 인텔 프로세서도 각자 영역에서 빠르게 성장해 선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규모의 경제와 생태계를 확보했다. 하지만 선이 이 같은 추세를 인정하고 궤도를 수정하기까지는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선이 AMD의 차세대 고성능 x86 프로세서를 공급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이다.
◇작은 감원, 잦은 감원=칩·서버·엔지니어링·SW 등을 통합한 관점에서 운용돼온 선의 엔지니어 인력들은 이후 경쟁 분야별로 나뉘어 소규모 프로젝트를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2000년대 초반 기술산업이 붕되되면서 대규모 감원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2002년 이후 선은 9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을 견뎌내야 했다. 이는 곧 비즈니스의 어떤 부문도 정리하지 못한 대신 ‘너무 적은’ 직원들을 ‘너무 자주’ 감원하면서 사기만 저하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웹2.0 간과=포레스터리서치의 프랭크 질레트는 “선은 이미 80년대부터 양방향 컴퓨팅을 모토로 내걸었지만 정작 이것이 현실화됐을 때 준비가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선이 마침내 지난 2006년과 이듬해 범용 x86서버 판매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지만, 델과 HP는 아마존·페이스북 등 웹기반 업체들의 대형 데이터센터를 겨냥해 서버의 불필요한 부문을 제거하거는 등 고객 주문형 서버 사업으로 또 다시 비즈니스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반면, 선은 모든 고객에게 표준형 제품 라인을 계속 제공했다.
◇과도한 인수비용 지불=타 업체 인수과정에서 나타난 선의 허세도 지적됐다. 선은 지난 2005년 테이프 스토리지 업체인 스토리지텍을 40억달러에 사들였고 지난해에는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 업체 마이SQL 역시 10억달러에 인수했다. 하지만 스토리지텍의 테이프드라이브는 메인프레임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의 서버나 SW 판매와 연결될 수 없는 비즈니스 구조를 갖고 있으며 마이SQL의 매출은 한번도 인수가를 넘어선 적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드웨어 사업에 대한 고집=조너선 슈워츠가 지난 2006년 CEO가 취임한 뒤에서야 선은 덜컹거리는 하드웨어 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오픈소스 SW에 대한 밀어붙이기에 나섰다.
한때 선의 임원이었던 피터 야레드 아이위젯 창업자는 자바·솔라리스·마이SQL 등 때문에 선은 오픈소스SW에서 리눅스 개척자 레드햇만큼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선의 스팍 칩과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는 실적이 악화되며 비용부담만 높이고 있다며 “후지쯔나 EMC에 해당 사업부문을 싸게 파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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