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사람들] 이창호 전기연구원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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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운 여름철이면 전력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특히 햇볕이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한낮이면 전력수요가 연일 기록을 경신해댄다.

 값비싼 중유나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소도 여름철이면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굳어진 몸을 푼다. 바로 여름 한철을 위해서 말이다. 만약 여름 한철인 피크 전력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정부에서는 1년에 몇 번 돌아가지도 않는 발전소를 여유분이랍시고 거액을 들여 짓지 않아도 되고, 또 수용가는 비싼 전기를 막 쓴다는 볼멘소리를 들을 일이 없어진다.

 수요관리는 바로 이러한 기분 좋은 상상에서 출발했다. 이 중에서도 수요반응(DR)은 전력공급자와 대규모 수용가 간의 양방향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수용가 스스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를 피해 피크 수요를 낮추는 게 핵심이다.

 다시 말해 최종 소비자가 시간대별로 차등화된 소매요금이나 인센티브 정도에 반응해 스스로 사용량을 조절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장은 이러한 DR가 가능하도록 제도와 정책은 물론이고 기반 프로그램에서 시장설계, 운영 메커니즘까지 구축하는 일을 주관하고 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DR는 스마트 그리드의 한 축을 이루는 분야로 전력수요도 자원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전력수요는 결코 수학문제에서처럼 주어진 값이 아닙니다.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자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죠.”

 이 센터장은 “기존에는 수요를 주어진 값으로 인식,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판단해 공급량 맞추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한다.

 “DR는 수요를 하나의 자원으로 보고 이를 분산함으로써 전체적인 전력 공급비용을 줄이는 것입니다. 최종 단계인 실시간 가격구조(real time price)에서는 수요관리가 별도로 필요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DR가 필요한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우선 DR의 자원을 조사해야 한다. DR 자원은 피크시간대의 전력사용량을 다른 시간대로 옮길 수 있는 대규모 수용가가 대상이다.

 “우선 2010년까지 DR자원 분석시스템 개발할 계획입니다. 조사한 DR자원을 적용하면 시뮬레이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DR로 인한 국가 전체적 편익은 엄청나다. 에너지비용 및 신규 발전설비 투자비 절감 등 1년에 1조5689억원가량이 절약된다.

 DR로 피크 수요가 분산되면 비싼 발전기를 안 돌려도 되니 자연스레 계통한계가격(SMP)이 떨어져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다.

 다시 말해 한전은 발전사업자에게 적은 돈을 주고 사오니 이익이고, 소비자는 다시 싸게 쓸 수 있으니 또 이익이다. 전력부문의 총 공급비용이 절감되는 것이다.

 “현재 정부 과제로 추진 중인 발전차액지원제도 개선이나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도입처럼 DR도 결국은 전력산업의 경제성을 평가해 전력공급비용을 낮추는 일입니다. 전력시장에서 가격의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결국 정책적 결정으로 갈 수밖에 없어 경제성이 무력화 됩니다. 전력산업이 경제성을 갖추도록 하는 것, 바로 제 일입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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