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세상읽기] SF와 사회 체제에 대한 사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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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 브러더’라는 말이 있다. 통제 사회의 대명사로 과거 국가 기관의 핸드폰 도청 사실이 밝혀질 때도 신문 지상에는 ‘빅 브러더’가 언급됐고, 언론 기관 세무조사나 특정한 보도에 정부의 간섭이 이루어질 때에도 빠짐없이 ‘빅 브러더’를 언급하며 비판이 오가곤 한다.

 ‘빅 브러더’는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이 쓴 ‘1984년’에 등장하는 철권통치의 독재자다. 조지 오웰은 본래 사회주의자였고 스페인 내전이 벌어졌을 때 직접 전투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사상에 대한 가치관을 직접 실천에 옮기기도 했던 사람이지만, 사회주의 혁명의 승리로 성립된 소비에트 사회가 차츰 비인간적인 독재와 통제 체제로 자리 잡아가는 것을 놓고 ‘동물 농장’과 ‘1984년’을 쓰면서 직접적으로 이를 비판하기에 이른다.

 조지 오웰은 ‘1984년’을 발표하는 것을 끝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마지막 소설은 인간성을 상실한 통제 사회를 경고하는 묵직한 울림으로 남아 전 세계에서 널리 읽히게 됐고, 그가 묘사한 독재자 ‘빅 브러더’는 통제 사회를 지칭하는 보통 명사가 돼버렸다.

 사실 조지 오웰이 ‘1984년’을 쓰기 전에, 여기에 결정적인 모티브를 제공한 원작이 따로 있다. 예브게니 I 자먀틴이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이 완수되고 불과 3년 후에 발표한 ‘우리들’은 전 세계가 단일국가로 통일된 미래를 배경으로 획일화된 가치관이 지배하는 ‘은혜로운 분’이 지배하는 무자비한 독재 체제를 다루고 있다.

 이 세계에서는 국가에 봉사하는 욕망을 제외하면 모든 욕망이 금지되고, 상상력을 제거하는 수술로 모든 상상이 불허되며, 심지어 사랑도 기술적으로 통제 대상일 뿐이다. ‘만장일치의 날’이라는 성대한 휴일에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반대하는 사람 없습니까”라는 질문에 모든 사회 구성원이 머리를 조아리고 침묵을 지킨다.

 소비에트 연방의 성립 후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사회 체제를 예리하게 풍자하고 있는 이 작품은 발표와 동시에 소련에서 출판이 금지됐고, 작가는 소비에트 정부로부터 극심한 탄압을 받다가 막심 고리키가 적극적으로 주선한 결과 간신히 목숨만을 건져 국외 추방이라는 처분을 받아야 했다.

 사회 체제에 대한 사변은 디스토피아에서도, 혹은 유토피아에서도 전개된다.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로 SF 문학과 과학기술의 사회학적인 부정적인 영향을 다루는 데 큰 획을 그었다. 그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당대의 세계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자 이 작품을 집필했고, 사회적으로 상당히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 발표 후 4년 만에 쓴 ‘가자에서 눈이 멀어’에서 평화운동에 투신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평화주의와 사랑의 가치관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하지만 헉슬리는 만년에 쓴 유토피아 소설 ‘아일랜드’에서는 과거 ‘가자에서 눈이 멀어’에서 보여준 평화운동에 대한 비전을 정면으로 뒤집고 있다. 2차대전이라는 지독한 참화를 겪고 평화주의에 대한 가치관이 크게 바뀐 올더스 헉슬리는 유토피아 소설 ‘아일랜드’에서 평화로운 완벽한 유토피아 세계가 무력을 앞세운 외래 세계에 침략당해 파괴된다는 충격적인 결말을 그리면서, 무조건적인 평화주의와 다른 국가를 고려하지 않은 평화로운 삶은 오히려 대단히 무력하고 결국 무의미한 파국을 불러올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태영 공학박사, 동양공업전문대학 경영학부 전임강사

tykim@dong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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