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의 직원을 그냥 놀리는 반도체 장비·재료업체가 한 두곳이 아니다.”
“지금껏 이렇게 어려운 상황은 처음이다.”
반도체 장비·재료업계의 신음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V형’은 고사하고 ‘U형’도 아닌 2013년 이후까지 L자형 반도체경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 앞에 반도체 장비·재료업계는 마지막 숨을 헐떡이는 상황이다.
그만큼 급박하다는 얘기다. 공멸을 막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업종내 과감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해야한다는 목소리는 그래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반도체 장비기업인 파이컴이 테크노세미켐에 경영권을 넘기는 등 개별 기업의 문제에 국한됐던 M&A가 전방위 확산의 급물살을 탔다.
15일 업계 및 정부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설비 투자 감소로 벼랑 끝에 몰린 반도체 장비·재료 업계가 인수합병 등 경영난 극복을 위해 활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특히 반도체산업협회가 인수합병을 공론화하고 정부가 지원 사격에 나서는 등 반도체 산업계에 체질 개혁의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지식경제부와 반도체산업협회는 지난 13일 양재동 EL타워에서 장비·재료 CEO 간담회를 전격 개최했다. 간담회 자리엔 PSK·IPS·DMS·케이씨텍 등 11곳의 장비·재료 CEO들과 지식경제부 조석 성장동력실장·박태성 반도체디스플레이과장 등이 참석, 2시간 넘게 유동성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CEO 간담회에서 협회·업계·정부 등은 우선 매출 감소 비율·인력 감축 비율·납품 단가 인하 비율 등 개별 장비·재료 업계가 처한 어려운 경영 현실들을 공유하고 인수 합병을 비롯한 연구개발자금 확대·규제 완화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파악됐다.
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소자 기업의 웨이퍼 생산 물량이 많이 줄어든 탓에 수백 명의 직원을 놀리는 장비·재료 업계가 현재 한 둘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럴 때 일수록 M&A가 생존 방안이란 점에 참석자 모두가 공감했다”고 말했다.
협회 한 관계자는 “권오현 회장이 현재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대안으로 인수합병을 제시했다”며 “이번 간담회에서 회원사가 인수합병 총론에 공감한 만큼 기업 체력이 부실해지기 이전에 인수합병 활성화를 위한 실행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기업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갖고 있는 여러 지원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선택의 폭을 좁혀 보는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라며 “특히 상생보증프로그램을 통한 유동성 지원 등 당장 실천 가능한 방안을 설명하고, 해결이 시급한 애로점을 정책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또 “반도체 장비·재료 기업이 덩치를 키울 때 까지 쓰러지지 않도록 펀드 멘털을 바로 잡는 것이 이날 간담회에서 우선 거론됐다”고 덧붙였다.
안수민·이진호·설성인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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