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 황사로 고통을 겪지만 골퍼는 또 하나 반갑지 않은 손님인 바람 때문에 스코어를 망치게 된다.
캐리로 200야드를 보내는 골퍼는(런을 포함한 총거리는 220야드, 대다수의 보기 플레이어가 이 범주에 속한다) 깃발이 펄럭이는 맞바람 속에서 드라이버 샷을 때리면 10% 정도 덜 날아갈 뿐더러 지면으로의 낙하 각도가 가팔라서 잘 구르지 않기 때문에 180야드 캐리에 5야드 런, 총거리 185야드에 불과하다. 15%만큼 거리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평소 총거리 160야드를 보내는 5번 아이언 샷은 136야드가 간다. 역시 15% 손해를 본다.
이 바람을 이기려면 평소보다 클럽을 길게 잡고 때려야만 한다. 그런데 ‘맞바람이면 한 클럽 길게’라는 공식을 머릿속에 넣고 플레이를 하니 터무니없이 짧은 샷이 속출할 수밖에는 없다. 바람이 무척 심하다고 느끼는 날에는 160야드를 때리는 5번 아이언의 거리가 100야드로 줄어든다. 무려 여섯 클럽을 더 잡아야 하는 때도 있다. 1982년 US오픈 당시 톰 왓슨이 페블비치 골프 코스에서 우승했을 때 왓슨 같은 장타자도 107야드 파3 홀에서 5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다(평소였다면 210야드를 보낸다).
뒷바람의 영향은 맞바람에 비하면 대단히 적다. 아이언 샷의 거리가 언제나 짧은 아마추어 골퍼는 뒷바람의 영향은 미미하다고 생각하는 편이 옳다. 깃발이 강하게 펄럭이는 뒷바람 속에서 5번 아이언 샷을 하면 15야드 정도 더 날아간다. 평소 약간씩 빗맞는 것을 감안한다면 뒷바람 부는 날의 비거리가 평소 본인이 알고 있는 비거리와 같다.
옆바람은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옆바람의 영향도 맞바람과 같은 거리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깃발이 강하게 펄럭이는 옆바람 속에서 5번 아이언 샷을 하면 바람을 타고 20야드 정도 빗나가게 된다. 국내 골프 코스의 그린 폭은 40∼50야드가 되니 20야드 빗나간다는 것은 그린 정중앙을 보고 때린 샷이 좌우측 프린지에 떨어진다는 것이다.
바람의 방향은 잔디를 뜯어서 날려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풍속을 알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필드에서 간단히 풍속을 측정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잔디를 뜯어서 어깨 높이에서 떨어뜨린다. 바람이 없는 날에는 그 자리에 떨어지겠지만 바람이 부는 날에는 몇 m 날아간다. 이때 풀이 지면에 떨어진 거리를 큰 걸음으로 잰다. 두 걸음이면 초속 2m, 세 걸음이면 초속 3m라고 간주한다. 풍속을 기준으로 클럽을 고쳐 잡는데, 맞바람일 때는 초속 2m당 한 클럽씩 길게 잡고 옆바람일 때는 초속 2m당 10야드(그린 폭의 4분의 1)씩 좌우 편차를 고려해야만 한다.
지난 15년간의 내 경험으로는 ‘바람이 세다’고 느끼는 정도가 초속 4m의 바람이었다. 그렇다 보니 ‘맞바람이 불면 한 클럽 길게’라는 공식이 별 소용이 없었다. 초속 2m당 10야드라는 공식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클럽을 선택하면 바람 때문에 터무니없는 샷을 때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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