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벤처 요람으로 거듭난다. 지난 해 2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일명 산촉법)’이 시행된 이후 대학은 직접 기업을 설립하고 연구성과를 활용, 수익을 낼 수 있다. 학문의 상아탑을 넘어 신기술창업 구심점으로 변모하고 있는 대학가 현장을 들여다본다.
◇대학, 회사를 차리다=대학에서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자본금의 50% 이상을 기술로 출자해 대학 내에 설립하는 기업이다. 대학에서 사장되는 원천기술을 끄집어내 벤처기업(자회사)으로 육성하고 지주회사가 이들 기업을 관리한다. 대학이 운영권을 가져야 하는 만큼 기술지주회사 지분의 51% 이상을 대학이 소유해야 한다. 나머지 49% 이하는 외부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지난 해 한양대 ‘HYU홀딩스’를 비롯, 삼육대의 ‘SU홀딩스’, 서울대의 ‘서울대기술지주주식회사’, 서강대 ‘SGU홀딩스’ 등이 대학기술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올해는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중앙대 등이 TF팀을 구성해 설립을 준비중이다. 특히 올해 등록금이 동결되어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새로운 재정 자원을 만들어보려는 시도가 거세다.
◇자회사 성과 속속=한양대 자회사인 ‘트란소노’는 지난해 11월 산업은행으로부터 8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경기침체로 금융기관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낸 쾌거다. 휴대폰 잡음제거라는 견실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한양대’라는 든든한 간판이 주효했다. 이정규 트란소노 사장은 “금융회사들이 투자하기를 꺼리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신속하게 투자를 결정한 것은 한양대라는 브랜드 네임 덕분”이라며 “대학기술 사업화 신기원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트란소노는 지난 달 홈네트워크사업자인 티이씨앤코와 아파트용 인터폰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기술지주회사로 첫 수익을 거뒀다. 삼육대는 유산균제제 건강보조식품회사인 ‘SU 건강케어’를 설립했다. 기능성 유산균 복합제제 상품을 개발해 생산에 들어갔다. 이외에도 다이어트 패치를 생산 판매할 예정이다. 천성수 삼육대 산학협력단장은 “대학에서 산학협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투자”라고 말했다.
◇다양한 사업모델 =서울대는 중소기업 한도철강과 절반씩 출자해 첫 자회사 ‘에스티에이치 아이젠텍(STH IGENTECH)’을 설립했다. 플라스틱 사출 관련 특허와 시뮬레이션 기술을 바탕으로 한도철강과 함께 사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제거하는 노즐을 상용화한다. 아이젠텍’은 향후 대형·고속 사출기용 제품 개발 등을 통해 3년 내에 연 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조서용 기술사업화실장은 “아이젠텍 외에도 이달 말 제약분야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올해 안에 2∼3개의 자회사를 추가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육대도 A사와 공동으로 마스크팩 및 천연소재 화장품류를 개발 중이며, 이미 비누·로션·헤어 팩 등 천연소재를 활용한 제품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기술지주회사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