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내부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이미 많은 기업이 외부 기업이나 학교와 연구개발(R&D), 아이디어를 함께 공유하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시작했습니다.”
4일 건국대에서 기자와 만난 ‘기술경영(MOT:Management Of Technology)의 창시자’로 불리는 스탠퍼드 대학 윌리엄 F 밀러 명예 교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조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다양한 기술과 경영기법이 결합하는 개방형 혁신체계를 일컫는다.
밀러 교수는 1980년대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기술과 경영을 조합한 MOT 강좌를 개설, ‘MOT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개척했다. 그는 건국대에 국내 대학 최초의 MOT 종합교육 프로그램인 ‘밀러 MOT스쿨’을 설립하고 초대 명예원장에 취임했다.
밀러 교수는 인터뷰 내내 세계적인 IT기업의 흥망성쇠를 사례로 들며,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미국 통신회사인 AT&T의 연구소인 벨랩은 트랜지스터를 세계 최초로 발명하는 등 인류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지만 이제는 존재감이 없어졌습니다. 기술 개발과 투자에 상용화라는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성공사례로는 델 컴퓨터를 끄집어냈다. “델 컴퓨터는 R&D 비중이 1%에 불과하지만 공급망관리(SCM)에 투자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기업이 무엇에 투자할 것인지를 고민한 데 따른 결과입니다.”
그는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MOT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 기업과 정부, 학교 모두에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는 것. 밀러 교수는 “미국의 가정용품 제조기업인 프록터앤드갬블은 지난 1999년부터 외부의 힘을 최대로 이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착수, 아이디어의 50%를 외부에서 얻어낸다”며 “이 회사의 R&D 인력은 8600명에 불과하지만 함께 협력하는 엔지니어 수는 150만명에 이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HP가 지난해 미 항공우주국(NASA)과 샌타크루즈대와 공동으로 조인트 벤처를 설립, IT·바이오·나노 기술을 이용한 사업을 벌이는 것도 오픈 이노베이션의 한 예”라며 “HP는 미국 IT기업 가운데 MOT를 잘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가 녹색기술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매우 시의 적절한 결정”이라며 “특히 경제 위기에도 R&D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한국의 미래를 담보하게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한국 기업들도 자신의 처한 위치에 따라 기술경영을 확대해 달라고 주문했다.
밀러 교수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MOT학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인재로 커나갈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라며 “이들이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자심감을 내보였다.
한편 건국대는 올해 처음으로 30명의 MOT학과 학부생을 선발했으며, 향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대상으로 하는 대학원 과정도 개설할 계획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