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완구전문점 토이저러스 매장에는 ‘트랜스포머’와 ‘파워레인저’가 도배된 가운데 디자인스톰의 국산 애니메이션 캐릭터 ‘아이언키드’가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강대일 감독(42)은 스페인·미국·인도 등 세계 전역을 무대로 방영 중인 3D 애니메이션 ‘아이언키드’를 이끈 인물이다. 아이언키드는 미국 지상파에서 황금시간대에 방영되고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한국외대에서 불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한 강대일 감독은 인정옥 작가, 오정균 감독 등과 함께한 모임에서 영화를 공부하다 연출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 1993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때 3D 애니메이션과 인연이 시작됐다.
강 감독은 “쥐라기공원, 토이스토리 같은 작품을 보면서 앞으로 디지털 3D 애니메이션이 스토리와 상상력을 표현하는 데 새로운 매체가 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한다.
귀국 후 광고 컴퓨터그래픽(CG) 분야에서 파격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아 금전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누리던 때, 디자인스톰의 손정숙 사장이 함께 콘텐츠 개발 분야에서 일해보자고 제의했다. 강대일 감독은 “이야기와 창작에 대한 갈증에 하던 일에 대한 미련없이 함께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잘 나가던 웹에이전시였던 디자인스톰이 창작 애니메이션 기업으로 바뀌기란 쉽지 않았다. “아바타 시스템도 개발하고 게임도 만들고 별 걸 다하는데 남들보다 잘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 공부해왔고 잘할 수 있는 이야기로 승부해보자는 생각에 1분 30초짜리 트레일러(예고편)를 만들어 손 사장에게 보여줬죠.”
반신반의했던 그에게 손 사장은 흔쾌히 “한 번 해보자”는 대답을 했고 그게 아이언키드의 시발점이 됐다. 이후에도 ‘애니메이션은 안된다’는 부정적인 인식 속에 예상된 투자가 몇 번씩 무산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고 2003년 정부 지원을 받고서야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에게 지금도 가장 뭉클한 순간은 아이언키드가 KBS에서 첫 방영된 날이다. 해외 전시회에서 일본 애니메이션과 다른 독창성을 인정받은 것도 기쁜 일이다.
강대일 감독은 내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릴 월드컵을 겨냥한 두 번째 3D 애니메이션 ‘로이 드림 리그’ 제작에 한창이다. 다리 짧은 개 닥스훈트가 축구 선수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담은 가족용 작품이다.
“함께 일하는 애니메이터들이 50대, 60대가 되어서도 애니메이션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만드는 것.” 강대일 감독의 소박하지만 궁극적인 꿈이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