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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에 굶주린 PC 사용자여, 내게로 오라”
PC 시장이 불황기를 맞은 가운데 과거 게임광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최고급 사양의 게임용 PC가 홀로 웃고 있다. 전문업체들의 1∼2월 실적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가 하면 업계도 이에 부응해 고객 끌어들이기에 적극 나섰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상황에서도 승승장구하는 최고급 PC의 성공 비결을 엿봤다.
◇불황 속 혼자 웃는 게임용 PC=프로세서부터 그래픽 카드, 메모리에 이르기까지 최고급 사양을 갖춘 게임용 PC는 보통 5000달러 안팎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IDC 통계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전체 PC시장은 마이너스 0.4%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게임용 PC 시장만은 사정이 다르다.
최고급 게임용 PC의 대명사인 팔콘노스웨스트와 벨로시티마이크로 등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뛰어넘은데 이어 1분기 판매량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 게이밍PC 업체인 아이바이파워컴퓨터는 지난달 매출 신기록을 경신했다. 이 회사 대런 수 부사장은 “이대로라면 이번 달에 새로운 기록이 수립될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게임, 인맥관리의 강력한 도구=이같은 ‘기현상’에 대해 외신은 고성능 PC의 성장을 주도했던 게이머 외에 일반인들이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 게이머가 아닌 일반인들도 PC게임을 즐기면서 이를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도구가 아닌 중요한 교류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인기를 끌고 있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같은 팀 게임에서 하드웨어 성능이 떨어지는 PC 사용자는 팀에 누를 끼칠 수 있다. 랜디 스투드 PC게임연합 회장은 “게임 경험이 많은 사용자들은 낮은 사양의 PC 사용자와는 팀을 이루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게임 이용자들은 항상 새로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목말라 있다.
◇인텔 코어i7, 시장 확대 기폭제=지난해 11월 출시된 인텔의 ‘코어i7’ 프로세서도 고사양 PC 판매 확대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팔콘노스웨스트는 이달 매출이 지난 2007년 가을 이래 최대 기록을 세운 것이 인텔 코어i7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의 켈트 리브스 사장은 “고객들이 인텔 코어i7을 탑재한 시스템을 꾸준히 찾고 있다”며 “매출 상승세가 꿈만 같다”고 말했다.
인텔 코어i7의 등장을 ‘놀라운 사건’이라고 표현한 머큐리리서치의 딘 맥캐런 애널리스트는 “인텔 코어i7의 출시 이후 지난해 4분기 하이엔드PC용 칩의 판매량이 일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추정했다.
◇틈새 속의 틈새를 잡아라=하지만 인텔 코어i7 기반 시스템의 평균 가격은 5300달러로 결코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가격 부담을 느끼는 게이머들을 겨냥한 업계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AMD는 게임용 PC에 적합한 ‘페놈Ⅱ 프로세서’를 인텔 코어i7보다 한층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HP는 최근 기존 게임용 PC 전력 사용량의 5분의 1만 사용하면서 가격은 2099달러로 확 낮춘 ‘파이어버드’를 출시했다.
메모리칩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직접 부품을 구매해 최고 사양 PC를 조립하는 사용자들도 늘고 있다.
PC 부품 판매 웹 사이트인 뉴에그의 버나드 뤼티 부사장은 “부품 가격의 하락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면서 “통상 6개월마다 사용자들이 부품을 업그레이드하는 추세여서 비싼 가격의 PC 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