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의 시네마 읽기] 라스트 프로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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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사랑을 가질 수 있지만 전부를 가질 수는 없다. 그러나 노력한다면 일부는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영화 ‘라스트 프로포즈’ 중에서.

 실화의 뿌리는 넓고도 깊다. 그리고 사실에 기댄 스토리는 힘 있고 탄탄하다. 그것이 재벌가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마카오의 재벌을 주제로 한 영화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 영화 ‘라스트 프로포즈(류웨이창 감독, 류더화·수치 출연)’가 주목받는 건 두 가지 이유에서다. 마카오 최고의 재벌 스탠리 호의 실제 러브스토리를 모티브로 했다는 것과 오랜만에 류더화와 수치가 함께 출연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스탠리 호는 마카오 내 카지노 30여개 중 19개를 소유한 재벌로 그의 총재산은 65억달러에 달한다. 그뿐만 아니라 마카오 최고의 사업가인 그의 세수입이 마카오 재정의 3분의 1을 충당한다는 건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삶은 재산만큼 윤택하지는 않았다. 세 번을 이혼했고 상처도 많이 받았다. 영화는 그런 그가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데서 시작한다. 물론 만남의 과정이 순탄치 않다. 로맨틱한 이 둘의 세기의 로맨스는 영화에서 굽이친다. 탄탄한 외기(外技)를 가진 영화는 류더화, 수치의 열연이 더해져 실화보다 더욱 로맨틱해진다.

 명석한 두뇌에 뛰어난 외모의 샘(류더화)은 홍콩 최고의 백만장자 사업가다. 모든 것을 가진 그지만, 사랑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샘은 사업차 방문한 마카오에서 가난하지만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당찬 매력의 클럽 댄서 밀란(수치)을 만나 첫눈에 반한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달콤한 사랑을 키워 가지만 행복한 순간도 잠시, 이들의 교제 사실이 알려지자 홍콩 사교계는 발칵 뒤집힌다. 밀란이 상류층 여자로서의 덕목을 배우는 동안, 샘 주변의 사람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바라본다. 결국 샘은 주위 사람들의 강요에 못 이겨 혼전 계약서를 내밀고 상처받은 밀란은 샘을 떠나고 만다. 이제 샘은 사업과 사랑 사이에서 일생일대의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라스트 프로포즈는 사랑 영화지만 규모로는 블록버스터에 가깝다. 제작비가 100억원을 상회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100억원의 돈이 특수효과에 쓰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돈은 죄다 샘을 먹이고 입히는 데 들어갔다. 돈으로 치장한 샘은 나름 퍼포먼스가 괜찮았다. 중국 개봉 당시 이 영화는 첫 주 적벽대전2를 제치고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로맨스 영화 최고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

 ‘돈 있는 티’는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더욱 강해진다. 특히 샘이 주로 묶는 ‘마카오 MGM 그랜드 호텔’에서는 위화감 지수가 급상승한다. 100만달러가 넘는 로비 샹들리에를 비롯해 세계 최고의 유리공예가 데일 치훌리의 화려한 작품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극중 샘이 묵는 스위트 룸은 하루 숙박비만 1000만원에 육박하는 최상급 펜트하우스다. 또 샘이 밀란에게 프러포즈를 하며 건네는 반지는 명품 카르티에의 6캐럿 다이아몬드다. 의상도 뒤지지 않는다. 류더화가 입은 옷은 그나마 저렴한 ‘아르마니’다. 아르마니를 입은 남자가 제너럴모터스(GM)를 타는 건 좀 그렇다. 아우디의 우아한 곡선은 명품 양복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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