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발목 잡은 오토프로그램](상)골병든 게임 종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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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연평균 40%에 가까운 수출 성장세를 보이며 10억6000만달러 규모를 수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게임 산업은 국내 문화콘텐츠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막대한 고용을 창출하며 국내 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의 성장과 함께 산업을 좀먹는 불법 프로그램 ‘오토’가 급속도로 확산되며 온라인 게임 종주국을 골병들게 하고 있다. 게임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오토의 현주소와 해결방안을 3회에 걸쳐 모색해본다.

 ◇게임 선진국에 파고든 독버섯 ‘오토’=자동사냥프로그램을 지칭하는 오토는 정당한 권한 없이 게임 캐릭터의 속도를 증가시키거나 에너지 소모 없이 사냥 등의 행위를 계속할 수 있는 불법 프로그램이다. 오토는 게임 본래의 시스템을 와해시키고 서버에 과부하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사용자들의 사행 심리를 부추긴다. 특히 게임 장르 중 가장 사랑받고 있는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은 오토에 의한 폐해가 가장 심각하다. MMORPG는 자신의 캐릭터를 게임 속에서 키우고 그 캐릭터를 보다 강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욕구를 생기게 한다. 이 점을 파고드는 오토 제작·판매업자들은 게임 사용자를 볼모로 잡고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며 게임 산업을 좀먹고 있다.

 ◇오토에 골병 든 게임 업계=오토는 누구나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만 하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각종 인터넷 쇼핑몰을 비롯해 용산 등 전자상가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판매된다. 이렇게 오토가 아무런 제재 없이 대량으로 유통되면서 국내 게임사들은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오토로 인해 연간 6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리니지’의 출시 시점부터 추정해보면 10년 간 약 6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이다. 웬만한 소프트웨어 기업의 연매출과 맞먹는다. 이 수치는 순수하게 오토를 막기 위한 기술 개발과 시스템 보강 및 인력만을 산정하고 브랜드 가치 하락과 사용자 감소치 등은 넣지 않았다. ‘아이온’ 개발에 약 230억원 정도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가 오토 때문에 쓴 비용은 아이온급 게임 3개를 개발할 수 있는 비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게임 개발에 사용돼야 할 비용이 오토를 막는 데 쓰여진 것이다.

 ◇오토의 볼모된 사용자=오토를 한 번 사용한 게임 사용자는 오토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아무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게임 내 캐릭터 경험치가 높아지고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토 제작·배포업자들은 오토를 ‘게임중독방지기기’로 광고해 판매하며 오토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재성 엔씨소프트 상무는 “오토 제작·배포업자들은 게이머들을 볼모로 잡고 이익을 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며 “건전한 온라인게임 문화 정착을 위해 제작·배포의 차단은 물론 게이머들의 성숙한 문화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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