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이 국내 유닉스서버 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한국HP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기관 IDC가 최근 집계한 국내 서버시장 자료(잠정치)에 따르면 한국IBM은 지난해 유닉스서버 시장에서 42.9% 점유율로 한국HP(41.7%)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수위를 기록했다.
한국IBM이 연간 기준으로 유닉스서버 시장 1위에 오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국내 유닉스서버 시장은 2000년대 초까지 한국HP와 한국썬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다 한국HP와 구 컴팩코리아의 합병이 이뤄진 지난 2002년 이후로는 한국HP의 독주체제가 계속됐다.
한국IBM은 지난해 한국거래소(KRX), 현대증권 등 증권 분야 차세대시스템 사업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등 2분기와 3분기 두 분기 연속으로 점유율 1위에 오르면서 연간 기준으로도 한국HP를 앞섰다.
반면 한국HP는 지난해 4분기 뒷심을 발휘하며 분기 점유율 1위를 되찾았지만 앞서 2∼3분기에 벌어진 한국IBM과의 격차를 만회하지 못하고 결국 7년 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뉴스의 눈>
지난 2002년부터 이어지던 유닉스서버시장의 한국HP 강세현상이 마침내 마감되면서 당분간 국내 시장은 한국IBM과 한국HP 두 맞수 간 물고 물리는 접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사실 그간 국내 유닉스서버 시장은 한국HP의 독무대였다. 한국HP는 2000년대 들어 불기 시작한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 열풍을 등에 업고 한국IBM의 메인프레임 고객을 하나둘씩 품 안으로 가져갔다. 때마침 2000년대 초 불거진 유통비리 사태로 한국IBM이 주춤한 것은 덤으로 얻은 호재였다. 이후 유닉스서버 시장은 한국IBM이 분기 1위만 차지해도 이변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한국HP의 독주가 이어졌다.
하지만 과거 고스란히 메인프레임 고객을 한국HP에 넘겨줬던 한국IBM이 적극적인 유닉스서버 영업을 통해 ‘IBM 메인프레임→IBM 유닉스서버’라는 공식을 새롭게 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공교롭게도 지난해에는 한국HP 쪽에서 유통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한국IBM에 유리한 구도가 연출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IBM이 ‘만년 2위’ 설움을 벗는 데 성공했지만 이러한 구도가 과거 한국HP의 독주시절처럼 굳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두 회사가 분기 1위를 두 번씩 나눠가졌던 것처럼 엎치락 뒤치락하는 양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양사의 점유율 차이는 1%p 수준에 불과했다.
따라서 올해 한국HP가 내놓을 ‘투퀼라(코드명)’ 기반 차기 유닉스서버 모델의 활약 여부가 주목된다. 투퀼라는 기존 HP 서버에 탑재된 ‘인텔 아이테니엄2’ 프로세서의 차세대 모델로 한국IBM이 지난해 선보인 ‘파워6’ 프로세서 기반 서버의 대항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8년 한국IBM 및 한국HP 유닉스서버 매출액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