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이렇다 할 부존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광복 후 60여년 만에 세계 11위의 무역강국에 오른 데에는 과학기술의 힘이 컸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반도체·휴대폰 등 첨단 산업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면, 이러한 첨단 산업 발전은 끊임없는 교육과 인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이공계 대학은 우수 인재 양성의 산실로 꼽힌다.
전국의 각 권역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이공계로 특성화된 명문들이 자리하고 있다. 대전·충청의 KAIST,대구·경북의 포스텍, 광주·전라권의 광주과학기술원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대덕에 있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는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울산의 울산과기대(UNIST)와 대구의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은 글로벌 대학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들 이공계 대학이 배출한 우수 인재는 국내 교육계와 연구계, 산업계를 움직이는 핵심 주역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들의 창의적 발상과 열정이 대한민국을 세계 속의 수출 강국으로 올려놓았다. 이제 그 힘은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이 발표한 ‘2007년 대학별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실적 분석 자료’에서도 이공계 대학의 약진이 눈에 띈다. 1인당 SCI 등재 논문 수에서는 광주과학기술원(2.05건)이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KAIST(1.14건)와 포스텍(0.93건)이 각각 3·4위를 차지했다.
교수 1인당 논문 수 역시 광주과학기술원(5.07편)이 전년에 이어 1위를 놓치지 않았고, 포스텍(4.45편)과 KAIST(3.31편)가 각각 2위와 3위를 휩쓸었다. 국내 대표적인 이공계 특성화 대학들이 차별화된 교육 시스템과 연구개발(R&D)로 연구 성과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글로벌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대학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KAIST는 세계 톱10 대학을 목표로 세계적 수준의 교육 및 연구 역량을 확보하는 질적 성장과 함께 일정 규모를 갖춘 양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한다. 최근에는 기존 학과중심의 벽을 허문 융합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와 함께 테뉴어 시스템, 특훈교수제도 등 성과기반의 시스템을 강화해 우수한 교수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포스텍 비전 2020’을 내건 포스텍은 소수정예의 맞춤형 교육 등 5대 중점 과제를 집중 추진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막스플랑크재단 분원 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산업적으로도 영향력이 큰 연구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1995년 당시 석·박사 과정의 연구중심대학원으로 출발한 광주과학기술원은 2010년부터 학부를 신설, 명실상부한 이공계 대학으로 면모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SCI 등재 논문 수가 최근까지 9년 연속 교수 1인당 평균 6건을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논문 실적을 자랑한다.
울산과학기술대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도 차세대 이공계 대학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는 3월 개교를 앞두고 있는 울산과기대는 세계적인 이공계 특성화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 우수 교수 및 인재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선진형 교육시스템인 ‘E-에듀케이션’을 도입하고,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에너지 분야의 연구 활동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세계적인 에너지 과학자 조재필 교수를 정교수로 영입한 울산과기대는 녹색성장을 주도할 이공계 특성화 대학으로 입지를 다져나갈 예정이다.
IT·NT 등 첨단산업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해 온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은 2011년부터 이공계 대학으로 새롭게 거듭난다. 개교 첫해 석·박사 과정을 개설하고, 이듬해에는 학부 과정도 개설해 융합 혁신형의 창의적 인재를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뇌융합공학 등 융·복합 연구에 주력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는 국내 유일의 이공계 전문 대학원으로, 교수진이 모두 정부 출연연구원의 내로라하는 연구원으로 구성됐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진이 포진돼 있는만큼 IT·BT·NT는 물론이고 융합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 국내 이공계 대학들이 풀어야 할 숙제는 만만치 않다.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아직 이공계 대학 수준은 아직 크게 뒤처져 있다. 실제로 세계 대학 평가 순위에서 서울대학교만이 52위로 100위 안에 들었을 뿐 KAIST와 포스텍은 152위와 192위에 머무른다.
박주호 교육과학기술부 학술연구진흥과장은 “국내 경제 발전 추세에 비춰봤을 때 이공계 대학이 기술 및 산업 인력 양성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대학 수준을 높이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원천 기술 등의 연구개발 활동이 좀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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