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이 2, 3월 주주총회에서 경쟁적으로 이사 수와 보수한도 규모를 줄이고 있다.
23일 상장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주주총회 공고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이 이사 수와 보수한도 규모를 축소하는 등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이사회까지 줄이는 ‘감량 경영’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외이사 7명을 포함해 12명의 등기이사가 있었지만 다음 달 13일 열리는 정기주총을 기점으로 사외이사 수를 5명으로 2명 감원한다. 사내이사도 5명에서 4명으로 줄인다. 삼성전자 등기이사 인원이 준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보수 최고 한도액은 지난해 350억원에서 550억원으로 늘렸지만 지난 2007년 1100억원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증가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조8088억원 줄어 위축된 실적을 주주들에게 보고해야 할 처지다.
다음 달 13일 주총을 개최하는 SK텔레콤은 사외이사를 1명 줄인 5명으로 주주총회 안건에 올렸다. 이는 지난 2007년 8명에서 3명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에 등기이사의 수와 보수한도 금액은 종전과 마찬가지다.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의 보수한도를 낮춘 기업도 눈에 띈다. 내달 6일 정기주총을 개최하는 KT는 이사회 인원을 11명으로 유지하는 대신 이사 보수 총액 한도를 지난해 50억원에서 올해 45억원으로 10%가량 줄였다. KT는 지난 2006년 보수한도를 15억원 증액해 50억원으로 늘린 후 처음으로 보수한도를 낮춘 것이다.
LG디스플레이도 다음 달 13일 주총에서 지난 2005년부터 줄곧 135억원으로 유지했던 이사 보수 총액 한도를 85억원으로 낮추는 의결안을 내놓는다. 보수 총액 한도가 37% 낮아지는 셈이다. 사외이사 8명의 총보수가 지난해 3억6000만원꼴로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등기이사 3명의 보수한도가 크게 낮아진다.
삼성SDI는 지난 2005년 이후 이사의 보수 총액을 한 번도 늘리지 않았다. 삼성전기도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이사의 보수 총액을 동결했다.
서명석 동양종합금융증권 리서치센터장 겸 상무는 “글로벌 금융 시장의 위기로 미국에서도 고위 임원의 보수 낮추기 등이 한창”이라며 “국내기업도 글로벌 트렌드에서 벗어날 수 없어 조직 슬림화 차원에서 이사의 수와 보수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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