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제조사, 2012년까지 국제표준 만들기로

2012년 이후에는 해외로 여행 혹은 출장갈 때 따로 휴대폰 충전기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된다.
GSM협회는 삼성전자·LG전자·노키아·모토로라, T모바일·오렌지·AT&T·보다폰 등 17개 제조업체와 통신사업자가 2012년까지 전 세계 휴대폰 사용자를 위한 범용 충전기 표준을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는 각 나라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충전기를 2012년까지 개발한다.
GSM협회 측은 “새로 개발하는 충전기는 대기 전력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절감하는 친환경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주요 휴대폰 업체가 자사 제품에만 맞는 충전기를 생산하면서 휴대폰을 바꿀 때마다 폐기물이 발생하는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주요 휴대폰 업체는 자사 모델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충전기만을 생산해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규격을 단일화하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GSM협회는 또 단말기를 바꾸더라도 별도의 조치 없이 전화번호와 사진, 영상 등 소장 콘텐츠를 새 단말기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가입자인증(SIM)카드의 용량 확대 및 글로벌 표준화 작업도 진행한다.
<뉴스의 눈>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 충전기 규격 통일 합의는 나라마다 다른 충전기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비효율성과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막자는 취지로 이뤄졌다. 산업계에 따르면 휴대폰 충전기 교환으로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5만여톤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원칙적인 합의 수준으로 실행에 옮기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2012년’이라는 시점을 못 박은만큼 가이드라인 로드맵 작성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이용자는 그간 불편을 겪어왔다. 실제로 우리나라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제조업체별로 충전기가 달라 상당한 혼란이 있었다. 그나마 국내는 지난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주도로 제조업체가 합의를 이뤄내면서 ‘20핀’ 규격으로 통일했다. 그러나 유럽·미국 등은 여전히 업체별로 혼재된 상황이다. 유럽·미국은 5핀 마이크로 USB 타입에서 24핀까지 다양한 규격을 사용해왔다.
범용 충전기 가이드라인은 휴대폰 원가 구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세계 시장점유율이 높은 삼성과 LG전자도 무척 반기고 있다. 나라별로 각기 다른 충전기 규격을 맞추지 않아도 될 뿐더러 충전기를 통합 제공할 필요가 없어 그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LG전자 측은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시점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당장 실익을 따지기는 이르지만 수출 물량이 큰 국내 업체에 반가운 소식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어떤 방식으로 가이드라인이 추진될지도 눈길을 끌 전망이다. 국내에서 합의한 20핀으로 갈지, 아니면 유럽이나 미국에서 주로 쓰는 방식으로 결정될지도 흥미로운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TTA가 20핀 규격으로 합의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일부 외산업체와 사업자가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이를 지키지 않아 초기에 혼란을 겪은 바 있다.
해외 방식으로 결정되면 국내 출시하는 휴대폰의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는 해외 수출물량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해외 방식으로 결정돼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SIM카드의 표준화는 그간 어느 정도 국제 표준화가 진전한 상태인데다 WCDMA 보급 확대 등으로 국내 소비자와 업계에 미칠 영향은 충전기에 비해 미미할 것으로 전망됐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