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연구소 환율 전망 또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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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시장이 연말에는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달여 남았는데 (원·달러환율이) 1100원 전후로 내려가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현재 상근고문)은 지난해 11월20일 기업 CEO를 대상으로 열린 강연회에서 ‘세계금융위기와 한국경제’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소장은 당시 2009년 원·달러 환율에 대해 ‘1040원 수준’으로 내다봤다. 작년 연말 환율(12월 평균 1373.84원)은 예상치와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수정 경제지표 전망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 예상을 1216원으로 변경했다.

 

 사업계획 수립시 바로미터가 되고 있는 경제연구기관의 경제지표 전망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일부에서는 최악으로 치닫는 경제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경제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 전망치 오차에 대한 불만이 크다. 원달러 환율은 성장률과는 달리 기업의 사업계획 수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경제연구소 전망치를 참고해온 모 수출 벤처기업 CEO는 “환율 전망치가 빗나가도 너무 크게 빗나간다”며 “올해는 전망치 자체를 믿을 수 없어 적당히 가감해 계산한다”고 말했다.

 최근 환율 추이를 보면 이들 경제기관 전망치에 대해 신뢰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작년 말 이후 발표된 경제·금융 전망 보고서에서 긍정적(하향 안정) 예상 일색이다. 환율 급등 직전인 2월 11일 경제지표 전망을 발표한 삼성경제연구소는 상반기 1308원(이하 원·달러 환율 전망치), 하반기 1124원을 예상했다. 이유로는 “상반기 글로벌 금융불안 중에도 정부의 외환유동성 공급, 외국인 주식투자 확대, 무역수지 개선 등이 환율을 안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금융연구원·LG경제연구원·한국경제연구원 등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발표한 타 기관들도 의견도 비슷하다. 지난해 12월22일 경제전망 자료에서 올해 원·달러 환율 평균을 1210원(상반기 1275원, 하반기 1145원)으로 예상한 금융연구원은 “올해 원·달러 환율은 경상수지 대규모 흑자 전환, 자본유출 둔화, 미 달러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시현할 것”이라고 보았다.

 한경연(상반기 1300원, 하반기 1120원) 역시 지난해 12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수출 둔화에도 국제유가 안정 등으로 경상수지가 흑자로 반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상반기 1185.0원 하반기 1015.0원을 예상한 LG경제연구원(작년 12월26일 발표)은 “외환시장의 불안정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면서 하향 안정되는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직 연초인만큼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의 환율 급등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경제연구소들은 전망치 오류에 ‘인정하지만 고충을 이해해 달라’는 입장이다. 경기전망 분석을 해온 모 경제연구기관 관계자는 “경제예측모형은 수년 동안 여러 상황을 감안해 잘 만들어져 있다”며 “단지 최근 중간 중간에 ‘쇼크’가 나타나면서 전망치가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경제기관들은 최근 잇따른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과 함께 원·달러 환율 예상치도 수정할 계획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3월 수정 전망에서 원·달러 환율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삼성경제연구소는 작년 11월 2009년 원달러 환율 평균을 1040원으로 예상했다가 이달 수정 전망에서 1216원으로 수정한 바 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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