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적업계의 제왕 아마존이 새로운 전자책 리더 ‘킨들2’을 9일(현지시각) 전격 공개했지만,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뉴스’는 없었다. 가격도 내리지 않았고, 놀라운 기능을 추가하지도 않았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기존 종이책 판매 매출을 고려해 어느 정도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킨들의 정식 출시일은 오는 24일이다.
◇ 기능보다는 디자인 개선에 주력 = 무성한 소문 끝에 공개된 ‘킨들2’은 두께를 줄이는 등 아마존이 디자인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음을 확인케 해줬다. 킨들2의 두께는 불과 0.9cm(0.36인치), 가장 얇은 잡지 크기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애플의 3G 아이폰보다 25% 더 얇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투박한 모양새로 일부 네티즌의 지적을 받았던 첫번째 킨들보다 세련미를 더했다. 이 밖에 페이지 전환이 20% 빨라지고, 16가지 흑백 컬러를 제공해 읽기 편하게 하는 등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기능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오디오북(Text-To-Speech)’ 기능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문자를 자동으로 읽어주는 이 기능은 뉘앙스(Nuance)라는 업체의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했다. 컴퓨터 목소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 대로 듣기 편하다는 평가다.
◇ ‘정중동’ 행보의 의미는 = 킨들2는 디자인이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고가다. 359달러 가격을 유지했다. 폭발적인 시장 반향을 일으키기 힘든 가격이다. 다기능을 자랑하는 아이팟 터치 가격이 229달러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전자책 시장 확대에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자책 시장을 준비하되, 공격적으로 키우지 않겠다는 뜻이다.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서 종이책 판매로 매출을 크게 올리고 있는 만큼 무리하게 전자책 시장을 키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출판사업자들이 디지털로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은 아마존이 출판업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킨들2는 멀티미디어 기능도 거의 없다. 애플의 멀티미디어플레이어 등과의 직접 경쟁을 피하고 최적의 독서 기능을 제공하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다.
◇ 킨들을 위협하는 변수들 = 외신들은 ‘킨들’의 최대 적수로 구글을 잇따라 지목했다. 지난해 말 구글은 미 작가조합 및 출판사업자협회와 3년동안 끌어왔던 저작권 분쟁을 극적으로 종결하고 책 요약본을 스캐닝해 온라인으로 제공키로 하는 데 합의했다.
특히 구글은 애플 ‘아이폰’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휴대폰에 이 요약본을 제공하고 책 판매에 곧 나설 것으로 관측되다. 3G 무선망이나 와이파이(WiFi)를 이용해 전자책 다운로드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킨들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아마존은 “아마존은 신간을 중심으로 23만권이나 되는 디지털 장서 목록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특히, 아마존 온라인 서점을 통해 독자들이 어떤 책을 원하는 지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어 경쟁사와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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