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량 느는데 일손달려 `허덕`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중소기업 자금지원기관 1월 지원실적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저녁은 사무실에서 주문해 먹습니다.”

기술보증기금 의정부지점에 근무하는 김양기 차장(43)은 지난주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야근했다. 그는 지난달 이곳 발령 후 “9시 이전 퇴근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작년 가을과 비교해 일이 최소 2배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신용보증기관과 함께 대표적인 중소기업 정책자금 집행기관인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자금지원인력들의 근무상황도 마찬가지다. 김선태 부산지역본부 팀장(49)은 “평상시 같으면 한 주에 20개에서 많아야 30개 업체 접수를 받지만 지금은 65∼70개사의 신청을 받는다”며 “문의전화도 폭주해 오늘(2월5일) 오전에만 20통 가량의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퇴근시간에 대해 “제일 빠른 것이 저녁 10시”라고 토로했다.

정책자금 집행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출진흥기관인 KOTRA IT융합팀 소속 변용섭 선임은 “올 상반기 행사(수출상담회·무역사절단·투자유치상담회)가 작년 보다 2배는 늘어난 것 같다”며 “무엇보다 지난해는 수출상담회만 했는데 올들어 컨설팅 등 토털마케팅을 제공해야해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집행기관들이 업무급증으로 인해 심각한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의 유례없는 경기 활성화 정책의 영향이다. 중진공은 올해 정책자금 집행예산으로 3조6555억원을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 2조6075억원에 비해 약 40% 늘어난 금액이다. 올해 예상지원 업체수도 9200개사로 지난해 6638개사에 비해 2600개사 가량 늘었다. 신보와 기보 역시 작년에 비해 보증규모로 4조원과 1조5000억원을 늘려 잡았으며 상반기 60∼70%를 집행한다. 자금 지원 문의와 신청 업체는 경기 침체로 훨씬 늘었다. 일손 부족으로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선태 중진공 팀장은 “최근에는 매출이 80∼90% 줄어든 업체와 1주일 사이로 연달아 어음만기가 도래하는 업체들의 신청이 많다”며 심사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기에 은행들이 사실상 직접대출을 하지 않고 보증서 끊어올 것을 요구하는 바람에 업무가 늘었다.

 실제로 모 은행 구로동지점 기업금융과장은 “평상시에 비해 20∼30% 일이 늘었다”며 “그나마 보증 기준이 완화돼 보증서를 끊어오라고 주문해 부담을 덜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보증기관을 두드리는 곳이 늘어난데다 그동안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왔던 기업마저 보증기관을 거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업무 증가에도 불구, 인력 증원은 여의치 않다. 모 기관 관계자는 최근 주요 공기관들이 10% 인력감축에 나서는 것을 언급하며 “정부가 줄이라는 압력을 알게 모르게 넣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을 크게 늘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자급 집행 과정에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충분한 심사·검토 없이 집행시 부실업체 지원과 구조조정 지연 그리고 정부 기관 부실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당 기관들은 특히 2분기 기업들의 신청 급증을 걱정하고 있다. 김용환 기보 이사는 “자금 수요는 계절적 기복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3월부터 6월까지 수요가 많다”며 “절차 등을 더 이상 간소화할 수 없어 직원들에게 분발을 격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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